李-朴, ‘親朴복당’ 사실상 합의
李대통령 “개인적으로 복당에 거부감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친 박근혜계 의원들의 한나라당 복당에 사실상 합의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10일 낮 청와대에서 오찬회동을 갖고 오는 7월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 전까지 당의 공식절차를 거쳐 친박 의원들의 복당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오찬회동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게 친박 의원의 복당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자, ‘개인적으로 복당에 대해 거부감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회동에서 “이 문제는 당이 알아서 할 문제인데 공당이 공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당이 공식 절차를 밟아서 해야 되지 않느냐는 권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일괄복당이나 부분복당 등 복당의 구체적 범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복당시기에 대해서는 “(이문제의) 결정을 무한정 끌 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박 전 대표의 지적에 이 대통령도 동의의 뜻을 표시하면서 “(복당문제를) 전당대회까지 끌고 가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공천이 잘못됐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기 때문에 복당은 당연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대통령은 이 부분에 대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당에 복당절차를 권고하고 당이 결정을 내린다면 더 이상 복당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친박복당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조만간 최고위원회의 등 당의 공식논의절차를 거쳐 복당문제 처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총선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이-박갈등이 3달여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박근혜 “밀어붙이기 보다 신뢰회복이 중요해”
오늘 회동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과 이에따른 광우병 파동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됐다. 박 전 대표는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일을 밀고 나가기 보다는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쇠고기협상에 대해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을 국민의 소리를 잘 들어야 될 일이지 이념문제라던가 이런 것은 아니라”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정부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대해,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책이 있다는데 공감하고 그런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전 대표는 전했다.
▷朴 “친박 표적수사 시정하라” 李 “바로잡겠다”
박근혜 전 대표는 또, 친박연대에 대한 검찰의 표적수사 논란과 관련해, “정권에서 야당을 탄압하는 것은 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심지어는 친박수사와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검찰에 매일 전화넣는다는 소리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이 대통령이 알아보고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동에서 박 전 대표에게 당 대표직을 제의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이 대통령이 묻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요구를 수용해 친박 성향 의원들을 복당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한나라당은 물론 국정운영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李-朴회동의 의미는?
우선,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친박 의원 복당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향후 박근혜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전인 지난해 연말 “박 전 대표를 국정의 동반자로 예우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선과 총선을 거치면서 이-박간 갈등이 불거져 나와 오히려 양자간 관계가 악화되면서 불편한 동거관계가 지속됐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거듭 친박 복당은 없다면서 박 전 대표의 복당요구를 일축해 온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복당을 수용한 데는 최근의 인사파동과 광우병 파동 등 잇따른 악재가 이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으로 이어지는 등 집권초 꼬이기만 하는 국정혼선이 크게 작용했다.
광우병 파동과 야당의 거친 공세, 등돌리는 민심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당 내부적으로 복당 문제를 잘못 처리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마저 악화될 경우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조치가 안팎으로 직면한 위기를 일단 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해가겠다는 고육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친박복당을 포함한 박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조치를 통해 우선 급한 불은 끌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 의회로부터 국정운영을 뒷받침받는 과정에서 친이 성향의 의원들에 비해 로열티가 떨어지는 친박의원을 설득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고 당내 분란의 여지도 그 만큼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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