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이 제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3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야 3당은 단단히 소속 의원들의 출석을 단속, 한나라당 불참 속에 재적의원 291명 중 과반수인 149명을 본회의장에 모으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찬성표가 가결 정족수인 146표에서 6표 부족해 해임건의안 부결이라는 정치적 수모를 당해야 했다.
이번 해임안 제출은 제17대 국회 원내 제1당인 통합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동의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야당의 협력을 얻어 밀어붙였다. 애초부터 통합민주당의 비준동의 반대는 자가당착이었다. 한·미 FTA 타결을 노무현 정권의 치적으로 치켜세워온 것이 바로 자신들인데도 정권이 바뀌어 야당이 되었다고 해서 쇠고기 협상을 문제삼아 FTA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사실이 그렇다. 통합민주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배경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해임안 부결로 야 3당 지도부는 지도력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됐다. 쇠고기 협상의 실무책임자인 정 농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FTA 통과 저지의 당위성을 부각시키려 했던 정치 공세가 무참하게 좌절됐기 때문이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 공세에 반대표를 던져 부결을 이뤄낸 이탈표는 그래도 양심적인 의원들이 일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제17대 국회는 임기종료를 불과 5일밖에 남겨놓지 않았다. 여야는 정치 공세와 상호 비방을 즉각 중단하고 FTA 국회 비준동의를 위해 혜안을 모아야 할 상황이다. FTA 국회 비준동의가 제17대 국회에서 끝내 무산돼 다음 국회로 넘어갈 경우 입게 될 국가적 손실 앞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해임안 부결에 안도만 할 때가 아니다. 26일부터 29일까지 재소집하기로 한 임시국회에 야 3당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FTA 비준동의 무산에 따른 최종적인 책임은 집권당이 지게 된다. 끝까지 야당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통합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은 국가 이익을 우선시하는 야당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뼈아픈 교훈으로 받아들이며 FTA 비준동의 찬성으로 전격 돌아서는 정치적 유연성을 보여야 국민의 지지를 다시 얻을 수 있다.
기사 게재 일자 200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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