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심화로 수익성 예전만 못해

[이데일리 박철응 기자] 순풍에 쾌속 항진 중이던 해외 건설업계가 최근 경쟁 심화와 잇따른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유럽과 일본 업체들의 견제와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누적수주액 3위 국가인 리비아와 외교 문제로 진통을 겪었고, 이번엔 이란 제재로 시장의 한 귀퉁이를 또 잃게 생겼다.

이란은 우리나라가 해외 건설시장에 진출한 1965년 이후 119억달러의 수주를 거둔 핵심 국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이어 6번째로 많다.

◇ 이란 제재, 중국에겐 기회

국토해양부는 지난 8일 해외건설 활동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난 7월 1일 이후 이란에서 진행되는 2000만달러 이상 석유자원 관련 플랜트 건설 활동을 제한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란에서의 신규 수주가 막힌 셈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이란을 발판으로 한 중국 건설업체들의 부상이다. 중국은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건설업체들은 저가 수주를 무기로 해마다 급성장해 해외 매출 부문에서 4개 업체가 세계 30위권 내에 포진해 있다. 우리나라 업체로는 현대건설(23위)이 유일하다.

그나마 중동 시장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플랜트 분야나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을 압도해 왔는데, 이란 제재 국면을 계기로 중국이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시장에서 아직까지는 한국 업체들이 중국한테 자리를 뺐기지 않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란 제재로 무주공산이 된 이란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워 중동에서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란 제재와 관련, "우리의 비교우위 분야인 화공 플랜트 건설부문 등이 대이란 거래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중기적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강화와 경험 축적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주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특히 올해 들어 중동 건설시장은 경쟁이 심화되는 분위기여서 이란 제재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해외건설협회는 올해 상반기 실적 분석 보고서에서 "수주 전쟁으로 비화될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저가 입찰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 4월 120억달러 규모의 UAE 샤 가스전 프로젝트 입찰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사들이 54억달러 규모의 UAE 샤 가스전 패키지 입찰에 참여했으나 이탈리아와 스페인 업체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당초 기대치를 훨씬 하회하는 15억달러 수주에 그치고 말았다.

샤 가스전과 함께 올해 최대 프로젝트로 꼽혔던 사우디 얀부 정유공장 공사도 지난 7월 예정가격의 절반 수준인 22억달러에 수주한 바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510억달러에 이르러 지난해 연간 수주액 491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올해 수주액에는 지난해 말 수주가 확정된 UAE 원전 186억달러가 포함돼 있고, 경쟁 심화로 인해 예전처럼 높은 마진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갈 길이 바쁜데 이란 제재 같은 악재가 터져나와 곤혹스럽다"면서 "제재 기간이 최대한 단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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