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소비 조장으로 경기 살까
정부가 경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신용카드 규제 정책을 번복한 것은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카드 과다 사용으로 인 한 가계대출 부실이 우리 경제의 큰 두통거리로 떠오르자 정부는 카드사의 현금 대출비중을 2004년말까지 50% 이하로 낮추기로 했었다.
그러나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확정된 9·27 조치는 이 기한을 200 7년으로 3년 연장했다. 1년여전의 규제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카드사들의 현금 대출 비중은 67.9%까지 올라가 있다. 이 번 완화 조치로 카드사들은 대출 회수를 강행할 필요가 줄었고, 아울러 약 20조원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으로 생기는 득보다는 실(失)이 크지 않을까 염려된다.
지금 우리 경제는 기업 투자 저조와 민간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올 2·4분기 성장률은 1.9% 의 저성 장에 머물렀다. 정부는 카드 규제를 완화하면 민간 소비가 늘고 따라서 경기도 활성화된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소득 증가가 정체된 가계가 과연 빚을 늘려서라도 소비를 늘릴 수 있을까. 부동자금이 300조원을 넘는데도 소비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현재 신용불량자는 341만명 선 에 이르는데 정부는 대출 회수를 자제하면 이 숫자가 준다고 말 한다. 그러나 오히려 느슨한 대출 관리가 부채를 더 증가시켜 신 용 불량의 원인을 크게 한다면 어쩔 것인가.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은 절대 없고, 기업의 체질 강화 대책은 계 속된다고 공언하던 정부다. 이런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 고, 부실 징후가 있는 카드사들의 구조조정을 미루려 하고 있다.
카드사의 불건전성을 잠복시키는 수단으로 경기가 살아난들 우 리 경제의 문제점은 더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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