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김혜경 기자]

지난 10월 24일자로 파면된 부산대 철학과 최우원 교수가 두달이 지나도록 연구실을 정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공립대의 경우 교육부에서 공간사용과 관련된 조사를 매년하고 늘 공간 부족에 시달리기 때문에 최교수의 연구실 정리와 관련된 학교측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표하는 학내 구성원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산대 인문대의 모습. (사진=부산 CBS)학생들에게 '노무현 대통령 대선조작 증거 과제'를 요구해 물의를 빚어 파면된 부산대 철학과 최우원 전 교수(61)가 두달이 지난 아직도 학내에 연구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산지역의 다른 국공립 대학의 경우 파면교원에게 즉각 연구실 등 사용 공간을 반납하도록 하는 엄격한 학내 규정을 두고 있지만, 부산대는 관련 규칙이 전혀 없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학교는 지난 10월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대선 결과가 조작된 증거를 찾으라는 내용의 과제를 내 논란을 일으킨 철학과 최우원(61) 교수를 파면했다.

최씨는 지난해 6월 초 과학철학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노무현은 전자개표기 사기극으로 당선된 가짜대통령이다. 자네들이 노무현 전자개표기 사기극 사건을 맡은 대법관이라면 어떻게 판결문을 쓸 것인지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또, 6월 6일 강의실에서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노 전 대통령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학생들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피소당한 최씨는 1심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도 져 2천 5백만원을 물어내라는 판결을 받았다.

공무원 신분인 국립대 교수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교수직을 잃게 된다.

문제는 최씨가 학교측의 파면 처분 이후 두달이 지나도록 연구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전 교수는 파면될 이유가 전혀 없으며 당연히 복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개인적인 바쁜 일정상 연구실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고 파면 이후 두달가까이 버티고 있다. (사진=부산 CBS)부산대 인문대학측은 최씨가 "개인일정이 바쁘고, 정리할것이 많다"고 말해 12월 말까지 연구실을 정리하라고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씨는 여전히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파면은 부당하고 학교측에 법적인 대응을 할 방침이라고 버티고 있다.

최씨는 "학교 징계위원회가 내린 파면 결정은 납득하기 어려워 법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징계위원회의 결정도 총장이 알지못하게 날치기로 통과되는 등 문제가 많은 만큼 당연히 복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공립대는 매년 공간활용에 대한 평가를 교육부로 부터 받고 있어 공간 사용자가 사용 목적을 종료하면 즉시 반납해야 한다.

부경대는 퇴직, 사업종료, 파면 등이 있으면 학내 규정에 따라 연구실 등을 바로 정리하도록 하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반면 부산대는 관련 규정이 전혀 없다.

부산대 교원징계과 관계자는 "사실 파면되면 연구실, 사무실 등을 즉각 빼야하는 것이 맞지만 인문대학에서 최 전 교수의 편의를 고려해 12월 말까지 편의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대학측이 최씨의 연구실 정리에 엄정히 대응하지 않는 것이 총장 임용을 위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자신의 친박 성향을 드러내며 로비를 하는 등 전호환 총장의 행보와 맞닿아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대 교수회의 한 관계자는 "전 학과가 연구실 등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학교측이 최 전 교수의 연구실 정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가뜩이나 전 총장의 지나친 정치적 행보탓에 학내 구성원들이 들끓고 있는 만큼, 또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