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께!
안녕하십니까?
지금 나라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북핵문제와 이라크파병, 노사문제, 교육문제 등 어렵지 않은 것이 없지만 경제가 어려운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은 두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가게들 가운데 하루에 단 한 개의 물건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식당의 경우 손님이 없어 음식을 처치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장사가 안 되어도 보통 안 되는 것이 아니어서 절망 상태에 있습니다. 탈출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전부가 잘 안 되니 탈출구를 찾아볼 엄두조차 못 냅니다. 한마디로 절망입니다.
어떻게 해야 절망에 빠진 이 서민대중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특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과 정부가 잘 해야 합니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귀하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실토하고 있고, 귀하의 정부는 계속해서 헛소리만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능력을 갖춘 대통령을 새로 뽑아야 하겠습니다.
본인은 이미 여러 차례 귀하에 대해 그간의 실정과 부패로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이 판명된 이상 물러나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본인의 이런 요구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니 귀하 스스로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느니 “더 이상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어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느니 한 일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귀하는 대통령직을 물러나고 싶지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 마음대로 물러날 수 없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줄로 압니다. 이제 그런 체면을 차릴 겨를이 없습니다. 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 다른 정당들이 하는 꼴들을 보노라면 그들에게 국정을 맡길 수도 없어 대통령직을 계속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도 착각입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건대 귀하는 더 이상 대통령직을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그간의 실정과 부패, 그리고 이로 말미암은 국민의 불신과 실망 때문에도 그러하지만, 제가 여기서 지적하는 최근의 일 두가지 때문에도 더 이상 대통령직을 유지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지적코자 하는 두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귀하는 지난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여해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 일이 있습니다. 기자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경제가 어렵습니다.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에 이르고 20대 청년실업이 3년만에 최고치에 이르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의 심화가 한계에 이르러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등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민생활을 챙기는데 국가역량을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 4년간 경제살리기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라는 요지의 질문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귀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신용불량자이든 청년실업이든 사회적 좌절과 자살의 증가이든, 이 어느 것도 일 년 안에 금방 해결되는 대책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치하는 사람들은 계속 이것(경제살리기) 가지고 회의도 하고 토론도 하고 발표도 합니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입니다. ‘우리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실망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장관들도 모여서 무슨, 설사 담박 효과가 나지 않더라도 민생대책회의 하고, 그러니까 정책이 재탕 삼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탕 삼탕한다고) 얻어맞아가면서도 또 재탕 삼탕 합니다. ‘국민 여러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정당에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일입니까? ‘경제 살리기를 할 방안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국민을 향해서 그렇게 말할 수 없으니까 이런 저런 방안을 내놓을 뿐이다’라는 말 아닙니까? 표현이야 “1년 안에 금방 해결되는 대책은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살릴 대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지요.
노무현 대통령! 경제를 살릴 방안이 없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국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제가 제일 중요합니다. 경제를 살릴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면서 대통령을 왜 합니까? 대통령직을 사임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를 살릴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귀하와 귀하의 정부가 내놓는 정책을 믿을 수 없게 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경제를 살릴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지만 국민에 대한 도리 때문에 이런 저런 방안을 재탕 삼탕 내놓고 있을 뿐이라고 말함으로써 이제 귀하와 귀하의 정부가 내놓는 어떤 방안도 믿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민의 입장에서 귀하와 같은 사람을 대통령의 자리에 머물러 있게 해서 되겠습니까? 경제적 어려움이 보통 심각하지 않은 터에, 특히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터에 경제를 살릴 방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어찌 국정을 맡겨둘 수 있습니까? 만약 이런 사람을 대통령의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게 한다면 그것은 국민이 경제살리기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도 세상이 난장판이어서 대통령이란 사람이 그런 말을 해도 그냥 넘어갈지 모르겠으나 그냥 넘어간다면 그것은 국가적 수치이고 국민적 불행입니다. 귀하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촉구합니다.
다음으로 귀하의 ‘재산신고누락’ 문제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귀하는 작년 2월 대통령 취임 때의 재산 신고액이 2억 552만원이었으나 금년 2월의 재산 신고액은 6억 5천 442만원으로 1년 사이에 4억 4890만원이 증가했다는데, 그 가운데 2억 6900만원은 지난해 재산신고 때 누락된 것이고 1억 5550만원은 봉급과 수당 등 가운데 세금 1430만원을 내고 남은 1억 8500만원 가운데 저축한 돈이라는 것입니다.
노대통령! 도대체 이게 말이 됩니까? 귀하께서 재산신고를 처음 하는 것도 아닌데 4억 7929만원 재산 가운데 2억 6900만원을 누락하고 2억 552만원만 신고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혹 귀하의 재산이 100억원 이상이라면 어쩌다 누락되는 재산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4억 8천만원 정도의 재산에서 2억 7천만원의 재산을 누락하고 2억 500만원 정도만 신고했다는 것은 고의적인 누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직자 재산신고가 대충대충 해도 되는 문제입니까?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귀하는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귀하의 재산이 얼마나 됩니까? 재산이 얼마나 많길래 파악조차 할 수 없습니까? 그리고 취임 후 10개월간 받은 돈 2억여원 가운데 세금으로 1430만원을 내고 남은 돈 1억 8500만원 가운데 1억 5560만원을 저축해서 재산을 늘렸다니 이것도 놀랄만한 일입니다. 하기야 대통령의 의식주는 국고로 해결할 테니 봉급으로 받은 돈을 저축할 수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국민의 삶이 이토록 어려운데 국가원수인 대통령이 자신의 월급을 거의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해서 재산을 늘렸다니 국민으로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으니 어떻게 국민을 위한 국정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다른 고위 공직자들도 대부분 재산을 늘렸던데,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할 뿐입니다.
노대통령! 귀하의 재산신고누락 문제는 그냥 넘어갈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그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귀하의 현명한 판단과 결단을 촉구합니다.
첫째, 귀하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법을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통령은 재임 중에 내우외환의 죄 이외에는 형사소추 되지 않는다는 헌법조문 때문에 형사소추 되지는 않겠으나 정치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직을 사임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고위공직자재산 공개법을 가장 모범적으로 준수해야 할 대통령이 이 법을 정면으로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통령의 이 법 위반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공직자재산공개법은 있으나 마나이고 정치부패는 청산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지금 정치인의 불법정치자금 수수를 처벌하고 있는 것도 우습게 될 것입니다. 가장 엄격한 제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은 법을 위반해도 그대로 두고서 정치인들만 제재한다면 그것은 정치적인 탄압으로 비치고 말 것입니다.
둘째, 2억여원의 소득 가운데 세금을 1430만원만 냈다면 그것은 명백한 탈세인 바, 이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소득세법의 적용을 안 받을 리가 없을 텐데, 현행 소득세법에 의하면 8천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세율이 36%이기 때문에 귀하는 최소한 4500만원 정도의 세금을 냈어야 합니다.
셋째, 대통령에 당선되고서 취임 때까지 늘어난 2억 1천만원의 재산 가운데 1억 6천만원은 귀하의 아들과 딸 결혼 때 귀하의 형님 노건평씨 등 주위에서 도와준 것이라고 하는 데,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이런 식으로 돈을 모아도 되는지 해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귀하와 같은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다는 것은 국민적 수치입니다.
노대통령! 이처럼 귀하의 재산신고누락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방치하느냐 아니면 척결하느냐의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대통령의 재산신고누락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흐지부지 넘길 가능성이 큰 것이 현실입니다. 언론에서는 한번 보도한 것으로 끝내고 있고, 여야 기성정치권은 자기네들도 비슷한 죄를 짓고 있으니 입을 다물고 있으며, 이런 문제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해야 할 재야시민운동단체들조차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분노를 넘어 대통령의 사퇴를 주장해야 할 국민들조차 한편으로는 불법불감증에 빠지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성정치권에 절망한 나머지 귀하를 불신하는 정도로 넘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 전체가 이처럼 도덕불감증과 불법불감증에 빠져 있는데, 그 주된 이유가 ‘편가르기’에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걱정스럽습니다. 지역주의정치에서 비롯된 편가르기 의식이 정치사회를 지배하면서 합리적 판단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망국적 요인입니다. 본인은 사실 우리 사회에 대해 엄청난 희망을 느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의 편가르기 의식에 기초한 도덕불감증과 불법불감증 때문에 절망하게 됩니다. 특히 정치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고 지식이 좀 있다 싶은 사람일수록 편가르기에 더 빠져 있으니 더욱더 절망하게 됩니다.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 그 문제의 의미가 무엇이냐를 따져 생각하기보다 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누구편이냐를 따져 찬성하거나 반대하게 되니 합리적인 토론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특히 귀하를 지지하는 사람 가운데 이런 편가르기 의식에 빠져 있는 사람이 대단히 많은 것이 문제입니다. 모두들 자기들 나름대로는 상대방에게 그 책임을 돌리나, 결국 그것은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편가르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노대통령! 귀하는 이런 사회분위기 덕분에 귀하의 부패와 불법과 무능과 실정을 넘길 수 있어 좋아할지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나라도 망치고 귀하도 망치게 됨을 아셔야 합니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그 책임 또한 귀하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노대통령! 귀하라도 편가르기 사고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사고를 하셔야 합니다. 이 나라의 위기는 경제위기와 사회갈등보다 합리성의 상실 곧 합리적 판단의 마비에 있습니다. 합리성의 회복이 없이는 경제위기의 극복도 사회갈등의 해소도 불가능합니다.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않고 불법을 보고 고발하지 않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장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대통령! 이제 귀하는 물러나야 합니다. 앞에서 지적한 무능과 불법이 타인의 모함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귀하 스스로가 밝힌 내용에 기초한 것인데, 이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책임의 극치를 넘어 파렴치의 극치가 될 것입니다. 귀하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지난날 대통령들이 귀하와 같은 측근비리와 실정과 무능과 불법을 드러냈다면 귀하가 가장 강력하게 그들의 퇴진을 요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귀하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우리 사회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정치인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습니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인 귀하의 부정과 부패에 대해 그 책임을 묻지 않고 넘어간다면 이 모든 것은 허사가 되고, 어쩌면 더 큰 부정과 부패로 빠져들 가능성이 큽니다.
노대통령! 이제 더 이상 편가르기에 의존해서 권력을 유지하려 하지 마십시오. 특히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줄 수야 없지 않느냐는 판단도 하지 마십시오. 와해되고 있는 한나라당에 권력이 넘어갈 리도 없거니와 그런 문제는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지 귀하가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귀하는 귀하의 불법과 무능에 대해서 책임지면 그만입니다.
끝으로 귀하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잘된 일입니다. 왜냐하면 수구기득권세력인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귀하는 변화와 개혁, 특히 정보화와 세계화의 문명사적 대전환에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함이 판명되었으니 이제 물러나는 것이 마땅합니다. 특히 국민이 가장 어려워하는 경제를 살릴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스스로 실토할 단계에 이르렀으니 이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은 것으로 귀하의 역사적 소임은 끝난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애국적인 판단과 단호한 결단을 촉구합니다.
본인은 이 서한을 공개적으로 귀하에게 전달할 생각입니다. 본인의 이러한 요구는 다수 국민의 요구이기도 하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사퇴촉구에 대한 대답을 3월 10일까지 공개적으로 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녹색사민당 대표 장 기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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