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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개표 문제점 속속 드러나

검열도장, 확인란 표기 등 엉망진창 지난 16대 대선 개표과정에서 최종 검열인 시군구 선관위 위원들의 도장 검열이 중간에 다른 도장으로 바뀐 사례가 발견돼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독립신문>이 지난 10월 29일자 '대선 개표 확인절차 없었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선관위가 분류된 투표지에 대한 분류·심사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음을 지적한데 이어, 최종 검열인 시군구 선관위 위원들의 도장 검열과 책임사무원확인도 제멋대로 진행되는 등 16대 대선 개표과정이 그야말로 얼렁뚱땅 이뤄진 것.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 11월 3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선관위 예산심의에서 "선거법상 득표수를 검열해야 하나 지난 대선에서는 검열 없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며 "현행 전자개표에 의한 선거는 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랑구 개표상황표의 경우 분류된 투표지에 대한 수정란이 비어있으며 선거구 위원들의 도장이 모두 동일하고 부위원장의 경우 도장이 중간에 다른 도장으로 바뀌었다. 또 봉천동 개표상황표에는 개표책임사무원이 확인 사인을 하는 공간이 비어있으며 개표기 운용부와 심사.집계부 직원이 엄연히 다름에도 동일한 사인이 돼 있는 경우도 있다.

다음은 김 의원이 제출한 자료 사진이다.

중랑구 개표상황표(사진1)

- 중랑구 개표상황표의 경우 하단의 최종 검열인 위원들의 도장검열에서 위원장 도장을 제외하고, 다른 위원들의 도장모양이 모두 동일하며, 특히 부위원장의 도장은 중간에 뒤바뀌기도 했다.

위원 검열 도장 모양이 모두 똑같다

첫째 중랑구의 경우 최종 검열인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의 도장 가운데 위원장 도장만 빼고 다른 도장들은 모두 이름만 틀리고 도장 크기와 글자체가 똑같은 도장으로 찍혀 있다. 이는 선관위가 각 투표구별 개표 확인시마다 위원 검열확인 도장을 찍은 게 아니라 일괄적이고,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시 55분에 이루어진 개표상황표에는 부위원장의 본인 도장이 찍혀있으나 이후에 이뤄진 개표상황표에는 모두 타 위원들과 똑같은 도장이 찍혀 있다. 이와 관련 중랑구 선관위 관계자는 "중랑구는 위원들 도장을 중랑구 선관위에서 일률적으로 지급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 위원들이 각자 알아서 가지고 왔다"고 말해 동일한 형태의 도장은 누군가 조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분류된 투표지에 대한 검열이 없었다

둘째 독립신문이 지난달 29일 지적한 대로 분류된 투표지에 대한 수정란이 비어있다. 이는 전자개표기가 100% 정확했던가 아니면 분류된 투표지에 대한 검열이 전혀 없었던가 둘 중 하나로 풀이되는데 전자개표기 납품 업체 관계자는 지난 10월 17일 검찰에서 '전자개표기의 오류율이 대선 직전까지 7~8%에 달했다'고 진술한바 있다.

봉천동 개표상황표(사진2)

- 전자개표기가 인식한 득표수를 확인하고 사인을 해야 할 책임사무원확인란이 공란으로 처리돼 있다.

책임사무원확인란이 비어있다

전자개표기가 인식한 득표수에 대해 개표책임사무원이 확인 사인을 하는 곳인데 공란으로 처리돼 있다. 봉천동 개표상황표에는 대다수가 이처럼 공란으로 돼 있다. 또 개표기 운용부와 심사·집계부가 따로 존재함에도 책임사무원확인란에 같은 사람이 사인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 개표기 운용부와 심사.집계부가 따로 존재함에도 책임사무원확인란에 같은 사람이 사인했다.

지난달 29일 독립신문은 '대선 개표 확인절차 없었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한 선관위 직원을 통해 자정까지 개표작업을 종료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받은바 있음을 확인했고, 또 "선거인수가 2만에서 2만 5천명의 경우는 심사 집계를 제대로 했을 수 있으나 10만명 이상인 선거구에서는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는 진술도 들을 수 있었다.

상계10동 제1투표구의 개표상황표(사진3)

- 상계 10동 제1투표구의 경우 전체 3164명이 투표한 가운데 전자개표기가 분류하지 못한 미분류표가 1007표(31.8%)나 나와 전자개표기의 인식 오류 범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미분류표가 전체 30% 이상

상계 10동 제1투표구의 경우 전체 3164명이 투표한 가운데 전자개표기가 분류하지 못한 미분류표가 1007표(31.8%)나 나와 전자개표기의 인식 오류 범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서울 하계1동과 봉천4동 등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특히 지난 1월 27일 대선 재검표시 성동구에서는 무효표 12개가 유효표 속에서 나왔고 은평구에서도 35표가 무효표로 판정됐다.

김 의원은 행자위 예산심의에서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검열이 형식적으로 이뤄졌음이 확인됐다"고 말했으며, 임좌순 선관위 사무총장도 "검열에 소홀했다"고 시인했다.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78조 2항에 따르면, 후보자별 득표수의 공표는 투표구별로 집계 작성된 개표상황표에 의하여 투표구단위로 하되, 공표전에 득표수를 검열하고 개표상황표에 서명·날인하여야 한다.

이에 따라 검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선거법상 위반이고, 득표수 검열이나 검증 없이 발표한 것도 선거 무효사유가 될 수 있다.

한편, 내년도 선관위 예산에 전자개표기 216대를 추가로 구입하는 비용으로 20억원이 책정돼 있는 것을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전자개표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과 달리 총선은 적은 표차로도 당락이 뒤바뀌고, 실제로 지난 16대 총선에서 3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던 경험이 있는 터라 전자개표기에 대한 신뢰성이 다시 한 번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이혜원 기자 [email protected]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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