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국회의장 선출조차 외면한 채 5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종교계가 주최하는 서울 도심 촛불시위에 참여키로 한 데 대해 당안팎의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시위에 ‘국민보호팀’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이 참가, 오히려 불법·폭력시위를 자극했다는 비난을 받은 마당에 다시 거리로 나선 것이다. 특히 4일로 임시국회가 끝나 국회역사 60년 만에 초유의 국회 공백 사태가 빚어지는데도 공당으로서 국회를 외면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일 여·야 국회의원 전체에 서한을 발송, 4일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에 참석할 것을 호소했다. 단독 개원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발로 국회 정상화 시기가 더 늦춰질 수 있는 만큼 ‘국회의장없는 첫 임시국회 사태’라도 해소해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민주당이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6일 전당대회 이후에나 국회등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고 자유선진당도 “의장 선출만을 위한 본회의 등원에는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어, 첫 임시국회 회기내 국회의장 선출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5일 합동 촛불대집회는 국민의 힘을 총집결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될 것”이라며 당 차원의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정식 원내 대변인은 3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집회는 종교계까지 결합한 제정파, 제세력이 함께 하는 것으로 이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나아가 집회 현장에서 손학규 대표가 연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같이 야당이 국회를 장기방치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정치학회장인 이정희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시민 사회 움직임과 원(院)이라고 하는 제도적 의회 기능은 서로 독립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면서 “공당이 장외 투쟁하는 것은 정당과 시민단체 역할 분담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장외 집회 결합 결정이 등원을 앞둔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외에서 할 만큼 다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 만큼 등원시점이 임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민주당 조 대변인은 “이번 집회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민주당이 참석하는 것”이라면서도 “어쨌든 5일 집회가 (등원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전날 여·야 의원들에 발송한 서한을 통해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헌법정지상태와 국회 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4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의장만 선출하고 개원식과 개원국회 의사일정은 야당과 계속 협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4일까지 국회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면 제헌 60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다가오는 17일 60주년 제헌절 행사도 치를 수 없는 최악의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의원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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