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4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도착하자마자 백화원초대소에서 여장을 풀고 김정일과 회담을 한 후 다음날인 5일에 미국의 두 여기자를 직접 데리고 갔다. 그 후 만 1주일만인 8월 10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의 갑작스런 요청으로 2박3일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있다. 사람들은 현정은이 3마리 토끼를 잡아오기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유씨 석방,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관광 재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유씨 석방을 제외한 두 가지 사업은 유엔결의 1874호를 위반하는 것이며 이 두 사업의 정상화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리 뉴스를 찾아봐도 필자와 공감하는 견해를 피력한 글은 없다. 오히려 조종동을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들이 "우리의 소원은 세 마리 토끼"하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듯 했다.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라 아니할 수 없다.  

북한은 한동안 핵실험과 대량의 미사일 화력쇼를 벌이고 미국에 욕을 퍼 대며 성질자랑을 했다. 미국과 세계는 이에 대해 유엔을 동원하여 철저한 봉쇄작전을 폈다. 2차 핵실험은  2009년 5월 25일. 유엔안보리가 유엔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날은 6월 13일이다.

6월 17일, 무기를 싣고 남포항을 떠나 미얀마를 향해 달리던 강남1호가 미 해군의 추적을 받고, 미얀마 정부는 유엔결의에 따라 입항을 거부했다. 강남1호는 ASEAN 국가 어느 곳에도 기항하지 못하고 6월 28일 베트남 근방의 남중국해에서 선수를 180도 돌려 20일 만인 7월 6일에 남포항으로 돌아가는 수모를 당했다. 7월 23일 타이 푸껫에서 끝난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박근광 북한 대사를 거들떠보지도 냉기를 뿜으면서 면전을 가로 질러갔고, 27개국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북한은 철저하게 왕따를 당했다. 북한의 앞마당이라도 비동맹회의에서도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에 북한은 7월 24일, UN주재 북한대표부 대사 신선호를 통해 추파를 던졌다. "북은 미국과 공동의 관심사에 대한 어떤 협상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추파의 일환으로 미국의 두 여기자를 석방하고 현정은을 불러들인 것이다. 이는 북한이 불리할 때마다 던지는 더러운 눈 꼬리 웃음이다.

북은 현정은을 살살 달래가면서 유씨의 석방에 따른 사실상의 인질금(ransom)을 다른 명목으로 요구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도 다시 열자 할 것이다. 개성공단에서의 여러 가지 제약사항도 양보할 듯한 묘한 미끼도 던질 것이다. 우리는 저들의 이런 얕은 술수에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 된다. 제발 정부가 국가의 경영진답게 체신 좀 지켜주고, 국가답게 전략 좀 가져 주었으면 좋겠다.  

2009.8.1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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