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이상무’로만 채워진 근무일지를 3년만 쓰다보면 비록 정상일지라도 만약의 사태에 대응 못한다.

즉, 자주 발생하지 않는 의외의 일은 당연히 대응 못한다.

수위가 지켜도 도둑은 들고, 경찰이 있어도 범죄는 일어난다.

만일 빌딩 화장실에 용변 보러 들어가서 세균살포 한다면 대응할 수 있나?

한적한 곳에서 철로의 한쪽 자갈 비탈만 걷어내면 대응할 수 있나?

그러한 일이 있을 거라는 경고라도 주어진다면 대응하지만, 수많은 경우의 수까지 전부 챙기지는 못한다.

오늘 밤중에 대항군이 올 거라고 미리 알려주고 병력 배치하면 막아낼 수 있다.

그러나 10년 동안 범죄 한 건 발생하지 않은 마을의 파출소에 갑자기 총을 들이밀면 감당 못 한다.

벼락 맞으면 죽는다고 등산객이 피뢰침 설치해가며 산에 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당사자 아닌 제3자의 처지에서 너무 왈가왈부할 게 못된다.

오히려 월남전 이후 해외파병을 통한 실전경험을 쌓지 않은 데서 생긴 형식주의 탓이 크다고 본다.

다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

그렇다고 나라 망할 징조처럼 떠들지 말라. 숱한 탈북자가 발생하는 북한이 아직 체제가 멀쩡하다.

월북사태가 좋은 일은 아니지만 군 기강을 싸잡아 비난할 일은 못 된다.

이번 월북사태에 대하여 군 기강을 문제 삼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아파트에 살면서 수해를 거의 겪지 않지만, 수해 입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신 아파트에는 수해복구용 삽 한 자루라도 갖춰 놓았는가.

그러고도 수해 입으면 당국만 비난할 텐가.

괜한 기우라고 핀잔 놓겠지. 안 그런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