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쌀지원은 긴급구호..무상제공”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제공될 수해물자 규모에 대해, 북한의 해외홍보용 주간지 통일신보가 “양이 적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통일신보는 19일 ‘대북지원의 손’이라는 제목의 단평에서 “남조선에서 큰물 피해를 입은 북의 동포들에게 수해물자를 지원하고 쌀을 보내준다고 법석 떠들었는데 정작 지원함의 뚜껑을 열어보니 쌀 5000t이었다”면서 “그 심보, 속통의 크기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고 비난했다.

앞서 13일 대한적십사자는 지난달 수해가 난 북한 신의주에 5㎏짜리 쌀 100만 포대(5000t), 40㎏짜리 시멘트 25만 포대(1만t), 컵라면 300만개를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원의 주체는 적십자사지만, 실제 물품 구입 비용(약 110억원)은 통일부가 관리하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된다. 정부 차원의 대북 쌀 지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통일신보는 “남측이 보내겠다는 쌀 5000t은 공화국 주민 하루분의 분량도 안되는 것”이라며 “그나마 빌려준 쌀을 후에 돈으로 받는다는 차관형식이고 그것마저도 남북관계의 파국적 위기를 북이 초래한 듯이 사실을 거꾸로 묘사하며 갖은 부대조건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신보는 또 “올해 북의 신의주, 개성을 비롯해 전반적 지역에서 큰물이 나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생겼으며 수 많은 논밭이 물에 잠겨 식량사정이 어렵게 된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며 “큰물피해를 입은 동족에게 쌀을 조금 주는 것도 그렇게 아까워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통일기금은 어떻게 조성한다는 것인가. 남북관계를 진정으로 개선하려면 마음 속의 닫힌 문부터 하루빨리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쌀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민주당 박지원 대표도 14일 “정말 엄청난 5000톤”이라며 “대북 쌀 지원의 물꼬를 튼 긍정적인 의미도 있겠지만, 여전히 정부의 대북 철학은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통일신보의 공개적 불평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쌀 5000t은 수해에 대한 긴급구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무상으로 지원하는 것이지 차관형식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과거 정부 때 북한에 대규모 식량제공을 할 때는 차관형식으로 지원했었다.

이처럼 무상제공되는 쌀 5000t 지원을 통일신보가 ‘차관형식’으로 왜곡한 것은 과거 수해지원 규모보다 턱없이 작은 쌀 5000t에 불만을 표시하는 동시에, 수해물자를 받기로 한 북한 당국의 결정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