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덕 한국무역협회 강원지부장

2007년 6월 서명 이후 양국 의회의 비준이 없어 3년 반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한미 FTA가 몇개 분야에서 수정돼 재타결됐다. 중간선거 패배 등 국내적으로 곤경에 처한 미국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미국과의 공조가 더 절박해진 우리의 정국 영향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타결을 두고 미국측의 요구가 더 반영돼 수용할 수 없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은 것 같다. 그럼에도 재협상 타결에 따른 우리측의 이익이 상당해 대승적 결단이 필요한 국면이며 그 근거는 대체로 다음의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발효시기 단축에 따른 경제적 실익이 무척 큰 점이다.

내년부터 우리의 경우 대선 정국이 전개돼 재협상이 어렵게 되며 2013년 이후에나 가능해 2015년 발효가 유력해진다. 발효시기가 3년 단축될 경우 GDP 등 36조원의 이익이, 이번 협상으로 인한 4.5조원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30조원 실익이 있다. 그래서 재협상 타결은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볼 수 있다.

둘째, 자동차 관세철폐시한 4년 유보도 당사자인 국내업계가 부품관세 철폐에 따른 코스트 절감 등으로 감당할 수 있으며 경쟁자 일본보다 FTA를 선점한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 미국 승용차의 국내시장 진입장벽 완화로 과점체제 이후 형성된 자동차 국내가격 거품 제거에도 상당한 기대가 되고 있다.

셋째, 냉동 돼지고기의 25％ 관세 폐지 시한이 2016년까지 2년 더 연장되고 복제약 제조판매 규제 유예기간 또한 3년으로 1년 6개월 더 늘어남으로써 양돈업계 및 제약업계 등 비교적 우리의 취약 산업부문이 보완됐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한미 FTA보다 몇배 우려되었던 수입선다변화제도 폐지 사례를 상기해 보고자 한다. 일본제품의 수입억제를 위해 1977년 이후 22년간 유지했던 동 제도의 폐지에 앞서 관련 업계는 줄도산을 예상했으나 오히려 극일 수준으로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주요산업이 지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이 영향이 가장 크다. 하물며 관세 및 비관세장벽 철폐로 공정투명한 시장에서 세계 2류급으로 평가받는 미국산업과 경쟁하는 데 대해 우려하는 것은 지나친 반응이며 우리가 밀릴 하등의 이유 또한 적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은 우리 도의 제조업분야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물류비 등으로 최근 관심이 뚝 떨어진 미국과의 교류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다. 경쟁 우위에 있는 자동차부품, 합금철의 수출은 날개를 달게 되고 의료기기, 소비재 등도 미국시장을 재공략할 단초가 마련된다.

반면 수입에서는 곡물 및 수출용 원자재의 가격 하락으로 업계의 원가경쟁력에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수출입이 동반 윈윈하게 돼 지역 경제를 탄탄하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FTA는 FTA의 백미이자 세계의 FTA를 연결하는 주통로로 간주돼 오고 있다.

특히 이번 타결에 대해 양국은 상호 윈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논란은 크겠지만 양국 의회의 비준가능성도 높아 한미간 새로운 협력의 지평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비록 원안 서명 이후 재협상이란 티가 있지만 국익을 향해 국민의 의견이 모아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동북아의 맹주 중국, 일본과의 틈바구니를 헤쳐 나가는 데 있어서도 한미FTA는 이들 국가와 차별화하는 도구임에도 틀림없다. 기왕 가야 할 길이고 빨리 가서 이익이 된다면 굳이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이 시점에서 반문해 본다.

아울러 한미 FTA 재협상과 연계해 우리의 농업, 서비스 등 분야와 불리한 조항으로 인한 관련자들의 피해 최소화 노력도 더불어 강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