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그려보는 장군의 최후.
한국에서 대통령 노릇을 재미있게 해먹은 사람은
박정희*전두환,이 두 사람밖에 없고
나머지 다른 대통령들은 다 괴롭고 울화통 터지는 속에
억지로 임기를 마친 사람들입니다.
다른 대통령들에 비해 박정희*전두환은 우선
권력의 칼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신문*방송 등 언론사에 자기 부하를 고정 배치 해서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는 사전에
"이거 안 돼!" 하면 그 기사는 그것으로 매장이었고
그래도 "독재자" 운운 하며 떠들고 다니는 놈들은
영장 없이 잡아다가 죽지 않을만큼 고문하고
직장에서 쫒아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을땐 검찰과 법원에 지시를 해서
없는 죄를 꾸며서 사형선고를 때릴 수 있었던 대통령도
박정희*전두환 밖에는 없었습니다.
그 무자비한 철권통치 덕분에
박정희는 죽는날까지,전두환은 퇴임하는 그 날까지
권력누수라고 불리는 레임덕이 없던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볼 때,박정희*전두환이 권력 복은 원없이 타고난 사람이지만
정작 있어야 할 "죽는 복"은 지지리도 없던 사람들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죽는 복을 가장 훌륭하게 타고나신 분은 역시
이순신 장군이십니다.
이렇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순신 장군께서 만일 왜놈들과 싸우시다가 왜놈의 흉탄에 맞아 돌아가시지 않고
노량 해전을 승리로 이끄신 뒤 집에 돌아오셔서
저녁을 한 그릇 잘 잡수신 뒤에 캄캄한 밤중에 뒷간엘 가시다가
돌에 걸려 넘어져 뇌진탕으로 돌아 가셨다거나,혹은
(죄송한 표현이지만) 이웃에 마실을 다녀오시다가
광견병에 걸린 개한테 다리를 물려서 돌아 가셨다면
그래도 그렇게 위대하게 남아 계셨을까요?
물론 어떻게 돌아가셨던 간에 우리 국민이 존경이야 하겠지만
오늘처럼 우리의 가슴속에 이렇게까지 사무치게 남아 계시지는 못하셨을 겁니다.
이런 가정을 박정희*전두환에게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박정희가 만일 김재규에게 맞아죽지 않고
일선 최전방 군부대에 가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돌아오던 길에,아니면
농번기철에 농부들과 어울려 논에 들어가서 모내기를 하다가
북의 김일성이 보낸 간첩의 총에 맞아 죽었다면
아무리 쿠데타를 일으키고 잔인한 독재를 했다 해도
박정희는 오늘 이 국민에게 사뭇 다르게 기억 되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박정희가 자기 마누라도 아닌,창녀 같은 여자들를 양옆구리에 끼고 술을 먹다가
자기 부하의 손에 맞아 죽었다는 이 코메디 같은 사실은
우리 후손들에게 두고 두고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전두환이 자신의 최후를 멋있게 장식할 수 있었던 장소는 버마 아웅산이었습니다.
그 때 북한 간첩이 터뜨린 폭탄에 자기 부하들과 함께 죽었다면
그의 쿠데타,독재,광주학살,삼청교육대 등의 죄악이 적잖이 희석 되면서
이 국민에게 동정과 함께 그래도 미련이 좀 남아 있을터인데
원체 잔인한 독재자였던지라
하느님께서 박정희*전두환에게는 그런 은전을 베푸시지 않았습니다.
고려조에 대한 충성심과 절개를 지켰던 선비가 비단 포은 정몽주 뿐만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역사와 우리의 가슴속에 포은 선생만이 오롯이 살아 계신 것은
선생께서 이방원의 칼에 베어져 선죽교 다리 위에 그 고귀한 피를 흩뿌리셨기 때문이고
나 같이 기억력이 형편 없는 사람도
사육신 여섯 어른의 존함은 다 기억하고 있지만
생육신 여섯 분의 성함은 기억을 한참 더듬어야 두셋 알까말까 한 것도
마지막 최후가 어떠 했느냐에 연유한 것입니다.
사람은,특히 일선에 나서서 큰 일을 하던 사람은
어떻게 살아왔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느냐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나이를 더 해 가면서 더욱 절실히 깨닫습니다.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고 했다는 말씀은 누가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이 새벽에,
더없이 장렬하셨던 장군의 최후를 다시 그려보면서
내가 장군의 후손이라는 사실이 눈물겹도록 영광스러울 뿐입니다.
박정희도 장군,전두환도 장군,김정일도 장군,개나 소나 죄다 장군이라지만
대한민국의 장군은 오직 한 분
이순신 장군 뿐이고
이 어지럽고 위태로운 지금의 한국에
그립고 생각나는 분도 그 분 뿐입니다.
이순신 장군.
강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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