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여, 잠들었는가
2004.09.18
해방이후 줄 곧 이 나라의 신문을 읽으며 때로는 글을 쓰며 더불어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의 특색은 언론이 살아있는 것이다. 언론이란 권력과 민중 사이에서 약자인 민중 편에서 서서 강자인 권력과 맞서 싸워야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언론 열이면 아홉이 권력 지향적이다.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언론이 없지 않고 대개는 권력의 뜻에 순종하거나 아부하면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 같다. 자유당 때에는 자유당에, 공화당 때에는 공화당에, 민정당 때에는 민정당에 그리고 그 뒤에 누가 대통령이 되건 - 김영삼에게, 김대중에게, 그리고 오늘은 노무현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를 쓰는 것 같다.
2004년 9월17일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가장 큰 사건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가까운 곳에 그 많은 상이군경들과 전몰군경들의 미망인, 유가족들이 1만여 명 넘어 2만 명 가까이 운집하여 “국가보안법폐지 결사반대”를 목이 터지도록 울부짖은 사실일 것이다. 오늘 살아있는 한국인들 중에 적화통일을 절대 용납할 할 없는 사람들이 바로 이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 목숨을 잃고 국립묘지에 누워있는 전사자들은 다만 “죽어서 말한다”라고 할 수 밖에 없지만 이들은 목숨이 붙어있기에 울부짖는 것 이었다. “안된다, 안된다, 절대 안된다.”
언론은 어찌하여 이 중대한 사건을 1면에 대서특필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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