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이 털어놓는 '지옥의 현장'
"2005년 정치범수용소에서 칼 같은 추위에 떨며 딸을 낳았어요. 보안원 5~6명이 바로 달려들어 아이를 비닐에 씌워 죽였습니다. 울며불며 말리다 어금니가 부러지도록 맞았어요."
22일 대한변협이 주최한 제1회 인권·환경대회에선 탈북자들이 나와 북한의 인권 유린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북한 해군장교 출신인 김경희(가명·43)씨는 눈앞에서 핏덩이가 죽어가던 기억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김씨는 1996년 월남(越南)한 남편의 큰아버지가 남한에 생존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남편 가족이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면서 강제 이혼을 당했다.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그는 탈북했고, 중국 남자를 만나 살다가 2005년 임신한 채로 강제 북송돼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때 보안원들은 내 딸이 중국 아이라며 죽였어요. 온갖 저항을 했지만 끝내 살리지 못했어요…."
아이를 잃고 슬픔을 달랠 사이도 없이 그는 3시간 만에 끌려나가 노역을 해야 했다. 이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많은 고민을 했지만, 죽은 아이를 위해 엄마로서 북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사람은 사람다운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정치범수용소는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문제"라고도 했다. 그는 수용소를 탈출해 2008년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17살 때까지 북한에서 살다가 중국, 라오스를 거쳐 2008년 한국에 들어와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경철(가명)군도 북한의 현실을 고발했다. "북한에선 인민들에게 공포분위기를 만들려고 공개재판이나 공개처형을 보게 합니다. 행사가 있다고 학생들을 학교에 불러놓고는 공개처형 장소로 데리고 가요. 나도 갔는데, 세명이 사형 선고를 받고 그 자리에서 처형됐어요. 너무 끔찍해서 반항심 같은 건 가질 생각도 못하게 됩니다."
그는 "상상도 못할 그런 가슴 아픈 일들이 북한에선 예사로운 일로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대회 참석자들은 탈북자 인권 실태를 고발한 조선일보의 다큐멘터리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시청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탈북자 실태를 보도한 '크로스미디어' 기획으로, 국내외 각종 상을 휩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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