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
이 재 호
왜 때 아닌
겨울 바람 소리 들리는가?
왜 때 이른 그대 안부는
나의 자정마다
겨울 눈 쌓인 숲이 되어
깨어서 울고 있는가?
민족과 겨례라는 이름의 그대여!
지금은 부자유한
나의 광장을 용서하라.
세계의 적막이
사유가 되어 밀려와 부서지는
나의 조국은
외롭고 두렵고 불안한
민족통일을 두고 갈등과 시름에 빠져 있다.
세계는 자기 이기주의에 젖어
이념보다 이익을,
자유보다 억압을,
평화보다 전쟁을 위한 갈등으로
왜 이 땅에 뿌리 내리려 하는가?
지금 나의 광장에는 모국어가
같은 말
같은 뜻으로 들리지 않고
같은 말 다른 뜻이 되어
깨어나 울부짖고 통곡하고 있다.
허물면 허물수록
더 높이 쌓이는
저 풀리지 않는 이념의 벽 앞에서
소외되는 핏줄은 핏줄끼리
그들만의 시간에 우롱 당하는
풀 뿌리와 바람의 갈등을 하소연 하고 있다.
역사여!
역사의 빛이여!
그대 안부가
왜 때 아닌 겨울 눈보라가 되어
나의 자정마다 깨어나
울부짖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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