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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정말 미안하오" 安시장 유서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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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엄마께, 여보 우리가 젊었을 때 이 동네 저 동네로 옮겨 다니며 얼마나 많은 이사를 했고 살얼음판을 걷듯 얼마나 조심 조심 살았소. 그런데 왜 이 같은 일이 생겼는지…다 내가 죄가 많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소. 너무 미안하고 사랑하오….”
안상영 부산시장은 지난 4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부인 김채정씨와 아들 정훈씨, 딸 혜원씨 앞으로 이런 요지의 유서를 남겼다. 편지지 5~6매 분량으로 알려진 유서중 3~4매는 작년 12월17일에 작성됐고 나머지는 작년 12월 31일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이미 작년 12월 중순부터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민하며 마음을 정리해 왔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이날 오전에만 해도 “유서는 없다”고 했다가 가족 대표 등과 함께 유류품을 정리하기 위해 구치소에 들어가서 유서를 발견했으며, 이날 저녁 무렵 유서를 유족들에게 넘겼다.

안 시장의 유서에는 죽음을 결심한 안 시장이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용서를 비는 심정이 절절히 베어 있었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 4일 오후 고 안상영부산시장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부산시청에서 공무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부산=김용우기자

안시장은 유서에서 아들 정훈씨에게는 ‘정훈이에게’라고 쓴 뒤 “네가 아버지 안상영의 아들이란 점을 명심하고, 강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어머니를 잘 모시라”며 꿋꿋하게 살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한다.

안 시장은 또 시집간 딸에게는 “아빠가 너랑 소풍도 한 번 못 가고 외식도 제대로 못했다. 따뜻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엄격하기만 했다. 그것이 너무 한이 된다. 너를 사랑하고 미안하다. 네가 남편이랑 잘 살고 있는 것이 아빠는 너무 고맙다”는 요지로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안상영 부산시장의 부인 김재정씨가 안 시장의 시신을 확인한 뒤 오열하며 병원을 나서고 있다. /부산=연합

한편, 이날 현지를 방문한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은 안 시장의 사망 현장에서 유서로 보이는 또 다른 문건을 발견, 이를 공개했다.

재판 준비 서류 뒷면에 메모 형식으로 쓴 이 문건은 “여보 정말 미안하오.…모든 짐을 당신에게 안겨주게 되었습니다. 미안하오. 희망 없는 하루하루, 고통의 시간, 사회적 수모를 모두 감내하기 어렵소. 오늘의 고통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합니다.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직접적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다시는 나와 같은 공직자가 없었으면 합니다…”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조사단은 이 문건은 완전히 정리된 것이 아니라 유서작성을 위해 초안을 잡아 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홍석준기자 [email protected] )

입력 : 2004.02.04 18:17 41' / 수정 : 2004.02.05 01:48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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