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논술도 정부입맛에 맞춰야 하나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14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등 3불(不)정책 고수 재확인과 함께 논술고사의 사후 심의제 도입 방침을 밝혔다. 올해부터 매년 대학입시 직후 대학별로 시행한 논술고사를 평가해 본고사로 판정되면 해당 대학에 정원 감축과 2단계 ‘두뇌한국(BK)21’ 사업비 지원 중단 등 행정·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논술고사마저 사실상 정부의 입맛에 맞게 출제하도록 제도화하겠다는 관치의 발상을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부가 논술고사와 본고사를 구별짓는 가이드 라인을 8월까지 제시하겠다는 방침으로도 모자라 사후심의제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은 온갖 규제 속에서 논술고사를 통해서나마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보려는 대학에 또하나의 족쇄를 채우는 일이다. 대학 입학시험문제까지 평가해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는가. 이는 시대착오적 평등주의 교육관에 대한 집착 아니고는 발상부터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빗나간 교육관은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은 14일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한국 사회는 기득권을 제도 위에서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인색하거나 심지어 벽을 쌓으려 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며, 3불 정책이 양극화 극복을 위한 잠정적 원칙이라고 말했다. 사회의 양극화는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이는 대학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대학 자율성 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그럴 수 있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다.
교육정책 당국은 이제라도 대학 옥죄는 일에 머리를 싸매지 말고,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대안을 찾아나서기 바란다. 교육당국은 지금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서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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