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치관계법
한나라당의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한 정치관계법 정비 특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지난 대선에서 갖가지 정치공작으로 실패를 맛본 한나라당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조처이다. 그 주요 내용은 대선기간 중 촛불시위 금지, 선거관련 인터넷 검색어 제한, 후보단일화 토론 생중계 금지, 허위사실 보도 및 게재 중지명령, 수(手)개표에 의한 결과 공표 등이다.
금번 대선에서 피해를 예방하자는 한나라당의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대해서 열우당은 위헌적 발상이다.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이다 하면서 반발하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대선패배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모든 것을 제도에만 기대려는 접근법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일부언론에서도 유치찬란하다, 옹졸하다는 말도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같은 개정안을 발표하기가 무섭게 논란이 속출하자, 강재섭대표는 19일 “확정된 안이 아니다”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강재섭 대표의 주장과는 달리 사실은 이번에 공개된 안은 당내 특위에서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그동안 이명박, 박근혜 후보외에 한나라당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할 정도로 조용하게 보이던 참에 중요한 정치관계법안을 내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싶다. 여권의 비판은 한마디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 개정안의 내용이 지난 대선에서 여당이 저질러온 양아치같은 사기행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수도천도라는 위헌적 공약까지 떠벌린 넘들이 무슨 할말이 있다고 뻔뻔스럽게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서 한나라당내의 비판자들은 무슨 다른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공작정치 방지 소위원회는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공작 행위가 난무할 것으로 예상되고, "오는 6월부터 공작행위가 시작되어 9~10월이 되면 마무리 수준에 들어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여권에서는 이명박, 박근혜가 약점이 많은 후보라면서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판국에 물컹말랑한 대책으로 가자는 말인지 한심스러운 언행이다.
나는 다소 무리한 내용이 포함되어있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한나라당이 여권의 정치사기질에 미리 대비하고 있다는 의지와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이러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많은 홍보가 이루어지기를 하는 바라면서 특히 두가지 법안에 대해서 주목해 본다.
하나는 허위사실 보도 및 게재 중지명령이다.“허위 사실이 공표됐다고 판단하는 정당·후보자는 이를 소명할 수 있는 자료를 첨부, 선관위에 공표금지 및 법원에 보도 및 게재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선관위는 접수한 날로부터 24시간 이내에 그 사실을 공표한 자로 하여금 증명 자료를 제출토록 하고 제출하지 못할 경우에는 즉시 보도 및 게재 중지명령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증을 빙자한 흑색선전과 비방이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다. 선거언론보도에서 늘 지적되어 온 것은 편파성의 문제이다. 특히 영향력이 가장 큰 방송의 편파적 보도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선거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증거가 불충분한 허위사실을 대대적으로 방송하는 경우라든가, 선거에 유리한 환경조성에 일조하는 촛불집회를 여권에 유리하게끔 지속적으로 보도한 경우를 우리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두 번째로는 전자개표 부정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개표 전과정을 수(手)개표로 하되 전자 개표기는 보조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수작업에 의한 개표 결과만을 공표하도록 하는 개정안이다. 지난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전자개표기에 대한 의혹제기와 논란은 계속되어왔다. 한마디로 조작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분명하게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파단체에서는 그동안 투표지 분류과정에서의 오류와 전송과정에서 조작이 개입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수개표를 주장해왔다. 그동안 한나라당에서는 이러한 우파단체의 의혹제기와 수개표 주장에 대해서 어떤 대답도 못들어 보았는데, 이 문제에 대해 개정안에 포함시킨 점은 오히려 놀라울 정도이다. 허위사실 보도에 대한 대응과 수개표 문제는 어떤 형태이던지 반드시 관철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쫀쫀한 이슈이고, 곁가지정도로 취급하자는 무사안일의 의견이나 흥미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상업주의에 대해서는 그냥 무시하라. 한나라당은 여권이 공작정치에 능한 정치사기꾼 좌빨집단임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때로는 거칠게 다룰줄 아는 파이터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허약체질인 강재섭 대표는 안팎의 비판에 위축되고 물러서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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