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가 만났습니다.
패자의 화사한 미소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묘한 느낌을 받았을 것입니다.
전투때의 비장함은 ?을 수 없고 다시 그 이전의 한 평민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모습이었고, 다시 자신감을 ?은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가진것을 모두 버린 무소유를 느꼈습니다.
"너 다가져라."
"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내 비록 한때 가져봤지만 그다지 욕심나는 것은 없다."
"니가 가지겠다는데 내가 바지가랭이라도 잡고 제발 좀 나눠갖자고 하지 않는다."
"니가 줄 마음이 없는데 내가 억지로 빼앗아올 생각도 없다."
"나는 이제 일개 군졸로 백의종군 하련다." 등의 해탈의 경지를 느꼈습니다.
그러나 승자는 승자답지 않게 무엇이가를 얻어야 겠다는 결의와 초조감을 풍겼습니다.
"나에게 좀 달라고 해 봐라. 제발, 그리고 좀 주거니받거니 밀고당겨보자"
"사실 난 조금도 너에게 줄 생각은 없다. 그래도 니가 나에게 좀 달라고 하면 생각은 해보겠다"
"가진게 없다면 몸을 바쳐라. 그러면 너의 식솔들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
"우리 속물들처럼 밀고당겨보자...제발"
하면서 뭔가를 더 얻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선지 그다지 자유로운 모습을 연출하지 못했습니다.
과연 그 장면만 보면 누가 승자인지, 누구 패자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이번 만남에서 패자에게는 그다지 아쉬움이 없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전투에는 패하였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민심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승자는 이번 전투의 결과로 승자독식의 룰에 따라 모든 것은 다 가졌습니다.
그렇다고 승자가 패자의 마음과 패자를 따르던 무리들의 마음까지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승자는 패자을 만나서 오로지 패자을 껴안는 모습만을 연출했습니다.
"너희 주군과 나는 함께 다정한 사이가 되었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해라"
"이제부터 나에게 충성하고 나의 충성스런 군사가 되어서 다음 전투에 참가해 주길 바란다"
뭐 이런 모습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승자는 패자에게 이제 내놓을 것이 없으면 마음을 내놔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패자는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마음마저 달라는 승자를 보고 그냥 웃습니다.
아무리 마음이 패자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패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패자의 마음이 패자의 것이지만 그 마음을 가지려면 그것은 승자가 얻어야만 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얻느냐는 그 승자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베풀어야 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열어야 또한 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감동을 주어야만 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믿음을 주어야만 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패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신념, 믿음, 행동으로 패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됩니다.
승자의 가식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승자는 잠시잠깐의 승자로 남을 것입니다.
영원한 승자가 아닌 잠시잠깐 전투에서 승리한 점령군에 지나지 않습니다.
승자가 잠깐의 연출로 민심의 동요를 막아보려는 술수를 써보지만
이미 민심은 승자의 마음을 알아버렸습니다.
민심의 동요는 잠시 멈춰설 수는 있지만 그 동요는 다시 확산될 뿐입니다.
오늘 승자와 패자의 만남은 승자의 조급한 연출이라는 것을 이미 민심은 알아버렸습니다.
오늘 승자는 아무것도 내놓지 못하는 마음과 동요하는 민심을 잡아보려는 불안감만을
들켜버린 그런 만남이었던 것 같습니다.
패자는 이제 더 잃을 것이 없지만 승자는 앞으로 지켜야할 것과 얻어야할 것이 많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천하를 논하기엔 참으로 작은 그릇을 가진 승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적의 공격으로 승자는 무너지는게 아니라 자신의 작은 그릇으로 인해 무너질 것 같습니다.
적의 공격으로 승자는 무너지는게 아니라 저항군에 의해 무너질 것 같습니다.
거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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