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 여파로 몰아친 식량난으로 올해 초 북한 일부 도시에서 속출했던 집단 아사 현상이 최근에는 농촌 지역까지 확산됐다고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이 17일 전했다.
‘좋은 벗들’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식량난 악화로 아사자가 속출하자 지난달 26일 국가의 식량배급 중단을 선언하고, 24시간 시장 거래를 허용하면서 주민들에게 식량 자급자족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온라인 소식지에서 복수의 북한 현지 소식통을 인용, “화폐교환 조치의 여파로 올해 1∼2월 도시에서 아사자가 속출했는데 현재는 농촌까지 퍼진 양상”이라며 “특히 황해남ㆍ북도의 농촌 지역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지에 따르면 실제로 황해남도 도당이 조사한 결과, 연안군의 오현리와 풍천리, 청단군 등의 농촌 마을에서는 약 60%의 농가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배천군의 한 협동농장에서는 15명이 근무하는 한 분조에서 10명이 먹을 것이 없어 결근했다는 것이다.
소식지는 “작년에도 나쁜 기후 조건으로 이들 지역의 작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그런데다 한 해 수확의 3∼4개월치를 군량미로 걷어가는 등 이것 저것 제하는 것이 많다 보니 농민들 먹을 식량이 먼저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지는 이어 “굶주림에 시달리다 보니 일하러 밭에 가는 것이 아니라 산나물과 풀을 캐러 산으로 가는 농민들이 많다”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직까지 옥수수 파종이나 모내기를 못한 농장이 많아 올해 농사에서도 기대할 것이 별로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도시 지역의 식량 사정은 더 나빠져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지는 “함경북도 도당의 조사 결과, 70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청진시 전체 인구 중 3분의 1 이상이 옥수수 가루와 산나물을 섞어 끓인 죽을 하루 한, 두끼 먹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청진시에서는 하루 평균 15명∼17명이 굶어죽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소식지는 또 “함경북도 회령시 원산리 양로원의 경우, 화폐교환 이전만 해도 노인 50여명이 있었는데 5월 3일에 조사해 보니 35명만 남았다고 한다”면서 “평안북도 운전군 탄광에서는 노동자들이 많이 굶어 죽는다는 보고가 여러 차례 중앙당에 올라가 4월초부터 옥수수가 배급됐는데 그달 하순부터 그마저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좋은 벗들’의 이승룡 사무국장은 “북한 당국이 군량미를 일부 풀고, 농민들이 보관하던 식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3월과 4월에는 일시적으로 식량사정이 풀렸다”면서 “그러다 5월에 들어서면서 식량난이 다시 악화돼 급기야 ‘5.26 당지시’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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