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오는 일이 남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내 아들이 이렇게 될 줄이야""부디 저희 아들의 죽음을 명예롭게 해 주십시오"지난 4일밤,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이원범씨의 빈소...
이 씨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당한 일이 믿기지 않는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눈물도 말라버렸다. 금방이라도 영정속의 아들이 '어머니'라고 부르며 달려올 것 같아 빈소를 한시도 떠날 수가 없다.
어머니의 한숨과 눈물어머니 이 모씨는 빈소옆 벽에 기댄 채 긴 한숨을 몰아 쉰 뒤 입을 열었다.
"TV에 나오는 일이 남이 일인 줄 알았는데, 내 아들이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다"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 씨가 이준원시장의 투신을 목격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한 뒤 웃옷과 넥타이 등을 차례로 벗고 이시장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 든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런데 왜 이씨는 그도록 무모하게 천길 물속으로 뛰어들었을까?평소 조용하고 주변을 잘 챙기기로 소문이 났던 원범씨는 지난 9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해군에 운전병으로 군생활을 마쳤다.
제대뒤 대한항공에 화물부에 근무하다 주변의 소개로 파주시청에 임시직으로 취직하게 되고 성실성을 인정 받아 지난해 6월 시장 운전기사로 발탁됐다.
뒤 늦게 시작한 법학공부도 이 때문에 잠시 중단하고 새로 얻은 직장일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명절과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그림자처럼 시장을 모셨다.
파주시청 박재홍 총무과장은 "새벽부터 밤 늦도록 시장님의 일정에 따라 성실하게 일했고,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학교친구들도 한결같이 이씨가 남달리 조용하면서도 자상하게 친구들을 챙기는 외유내강형의 리더십을 가진 친구라고 평가했다.
합기도 유단자로 사범생활을 했던 그였지만, 누구앞에서도 힘자랑을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한다. 뒤늦게 들어간 방송통신대 법학과에서는 기수모임의 리더로서 40여명이나 되는 동기생들의 애경사를 챙기는 자상하고 꼼꼼함을 보였다고 한다.
"시장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었어도 뛰어들었을 것"동기생인 36살 이동일씨는 "나중에 내 아이들이 크면 운동은 원범이가 가르쳐 주겠다고 했는데, 다시 볼수없게 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원범이 성격이라면 시장이 아니라 다른 시민이 그랬어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평소 의협심이 남달랐던 고인을 회상했다.
주변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조금씩 의문이 풀리는 것 같았다.
무모하리 만큼 착하고 순진했던 원범씨, 그 천성때문에 살아있는 부모와 친족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슬픔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가지만은 기억하고 싶다. 고인이 지금껏 지켜왔던 성실함과 의리.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지키려고 했던 무모하리 만큼 순수한 본성을.
취재를 마치고 다시 빈소앞에 섰다. 영정속에서 온화하게 미소짓는 고인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파주시청도 이씨의 뜻을 기려 파주시장과 함께 합동 분향소를 마련하고 오는 8일 파주시장장으로 장례를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CBS사회부 박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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