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최근에, 6.15정상회담 3개월 후 김정일의 송이버섯 선물전달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하고 돌아갔던 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총국장 박재경(朴載慶·71)이 68년 1월 21일 청와대 습격 후 북으로 도주했던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었는데, 저는 며칠 전 전철 속 젊은이들의 대화 속에서 요즘은 실미도 영화를 안보면 미개인이라는 말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본 학생에게 한발 짝 다가가 물었습니다. 학생은 68년도의 1.21 김신조 사건 이야기 들어 봤어요? 학생들은 처음 듣는 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음 역에서 하차하는 바람에 더 긴 이야기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다음 TV에 나올 때 천천히 보지하고 뒤로 미루었던 영화관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이튿날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월요일 오후의 분당 오리역 CGV 11 영화관은 초만원이었습니다. 좌석에 앉으면서부터 시작도 안한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했습니다. 영화의 어떤 장면 때문에 안보면 미개인이 되는지가 우선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긴장을 했던 탓인지 영화는 저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런 훈련장면과 상황이 사실일 수 있을까? 많은 의문에 의문을 갖는 동안 영화는 끝이 났는데 저는 자리에서 일어설 수가 없었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현기증을 느껴야 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무장 탈영병들이 인질을 태우고 있던 버스 속에서 과거 인민군과 빨지산들이 불렀던 적기가를 부르다가 자폭을 하는데---, 영화의 말미에 이 영화를 죽은 31명에게 바친다는 내용의 자막이 흘러가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영웅이 되어 있었습니다.
실미도 사건을 일으킨 그들은 선발과정과 상급부대의 훈련지원 및 관리에 많은 과오가 있음으로 해서 억울한 희생을 당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대의 기간병들을 살해하고 육지로 나오면서 대한민국의 초병을 살해하고 저지하는 장병들과 총격전을 벌린 일종의 특수 범죄집단으로 변해 있었는데 ---, 영화 실미도가 이들을 영웅취급하고 이 영화를 국민의 이름으로 바친다는 표현은 어딘가 과오가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 실미도를 사실로 믿는 정도만큼 더 많은 눈물을 흘리고 대한민국을 혐오하고 증오하는 마음도 생겨났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실화가 아니며 단지 "실제 있었든 사건을 기초로 해서 만든 픽션" 이라는 사실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는 15세 이상 입장가로 되어 있는데 우리 젊은이들이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통해 영화를 즐길 때 픽션과 논픽션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자라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으며 이 영화가 잘 된 것으로 말할수록 위대해 보이는 듯한 군중심리도 속히 가라앉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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