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당선무효] 난 깃털 아니다

박지원 "난 깃털이아니다"

허민/[email protected]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토요일인 7일 아침 일찍 산행(山行)에 나섰다.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다음주 중 특검 소환 조사를 받게될 처지이지만 그는 ‘말’을 아끼고 있다. 이날 지인들 몇몇과 함께 북한산 비봉에 오른 그는 김대중 전대통령 내외의 건강과 국운 융성의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특검 조사가 옥죄어오고 있지만 실제로 박 전실장의 행보에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자신의 재임 시절 그토록 중시했던 언론과의 접촉을 뚝 끊어 버린 게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이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전실장이 김 전대통령 퇴임 후 100일 동안 기자들과의 접촉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검에서 사실 대로 밝히면 그뿐이지, ‘언론플레이’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전실장은 특검 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DJ를 위해서라면…”이란 말을 해 왔다고 한다. 최근엔 “난 (대북송금사건의) 깃털이 아니다”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그는 야당이나 특검의 칼끝이 겨냥하는 6·15 정상회담의 역사적 가치와 김 전대통령의 치적이 훼손돼서는 안된다는 ‘충심’에서, 자신이 대북송금 사건의 ‘몸통’을 자임함으로써 김 전대통령에게 갈수도 있는 특검수사의 칼날을 차단하겠다는 의지피력으로 주변에선 받아들이고 있다.

박 실장이 김 전대통령과 처음 만난 것은 그의 회고에 따르면 1983년 5월24일이다. 김 전대통령의 미국 망명때였고, 자신은 뉴욕 한인회장 때였다. 올해로 꽉 찬 20년 간의 인연이다.

첫 만남 때 DJ맨이 되기로 결심한 그는 1990년대초 정계에 본격 입문했다. 92년 대선에서 DJ의 입이 된후 야당 최장수대변인, 청와대 수석, 문화관광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내기까지 그가 동교동계 이너서클에 들어가 ‘유일하게 생존한 외부인사’가 된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성실성과 부지런함 덕택이었다.

한편 김 전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특검수사에 대한 김 전대통령의 입장표명여부를 묻는 질문에 “주변에선 김 전대통령이 수개월째 말 한마디 안하고 있는 ‘침묵시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한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그러나 “김 전대통령이 남북관계 등에 대해 여러 생각이 있지만 자신의 입장을 밝힐 경우 노무현 정부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라종금 비리의혹 사건으로 구속중인 한광옥 전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5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자필성명에서 “산업은행 대출금의 북송금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한 뒤 “그러나 남북화해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비서실장이었던 내가 책임지겠다. 내가 죽어서 김 전대통령이 겪는 온갖 수모와 암울한 정치적 터널을 벗어날 수 있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겠다”고 김 전대통령에 대한 변함없는 충성의지를 과시했다. 산업은행 대출압력의혹으로 특검팀에 구속된 이기호 전청와대 경제수석도 “내가 십자가를 지겠다”고 수사의 칼날이 김 전대통령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차단하고 나섰다.

허민기자 [email protected]

2003/06/07

회사안내
광고안내
구독안내

15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