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5일 새벽에 이기명 선생님께라는 노무현의 편지를 잘 읽어보면 단순히 이기명 선생에게 쓴 편지가 아니라는 느낌이 다분히 듭니다. 수신자가 단순히 이기명 선생이란 한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수신처가 명기되어야 하는 편지임을 한눈에 간파할 수있는 내용들입니다. 한마디로 수신처가 누락된 괴문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내용을 자세히 훑어보면 처음 서두는 이기명 선생이 누구인가를 설명하고 본인이 괴로워서 요즘 잠못 이룬다는 말과 후배 언론인들로부터 이기명 선생이 부도덕자, 이권개입 의심자로 매도되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첫번째 수신자는 이기명입니다.
부당한 의혹 제기에 대해 형벌을 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모든 진상은 의혹에서부터 출발을 합니다. 아직 의혹의 진상 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의혹 제기라고 표현함으로써 마치 현재 언론에서 다루는 모든 의혹이 결론이라도 난듯 부당한 의혹이라고 단정지어서 표현을 했다는 것은 경솔하다 못해 더욱 의혹만 가중시키는 말입니다. 당연히 검찰을 향한 내용임을 금새 알 수 있습니다. 야당이 이번 사건의 의혹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 착수를 촉구하는데 있어 저지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두번째 수신자는 검찰 입니다.
편지의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에 대한 불만이 가득 차 있습니다. 언론은 부당한 의혹을 끝까지 부풀려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당한지 아닌지는 진상을 규명해 보면 자연히 나타나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두고 언론을 향해 이러쿵 저러쿵 딴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입니다. 용인 땅 매매와 관련하여 연일 언론에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언론이 지금 밝혀 낸 것만 해도 상당히 많습니다. 처음 매수자가 들어 났으며 강금주란 인물도 등장 했습니다. 또한 노무현과 노건평 형제간에 맺은 공증증서가 위변조 되었다는 의혹도 새로 제기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솔직히 털어 놓았다면 언론이 더 이상 밝힐 것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국민을 속이고 기자회견만 하면 넘어 갈것이란 약팍한 술수가 일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세번째 수신자는 언론 입니다. 언론의 입을 틀어 막겠다는 다분히 공갈 협박조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기명 선생이 그렇게 안스럽고 그로인해 자신이 그렇게 괴롭다면 개인적으로 이기명 선생에게 편지를 써야 합니다. 편지의 맨 끝 부분에 보면 6월5일 새벽에 라는 말이 씌어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 합니까?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괴롭다는 심경을 토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집무 시간에 쓴 편지가 아니라는 뜻도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편지를 청와대 게시판에 버젓이 공개적으로 올려 놓았다는 것은 국민들이 읽으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국민 여러분 언론이 이렇게 죄도없는 이기명 선생을 부당하게 비리의 의혹자로 몰아 붙이고 있습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하고 국민들을 상대로 얼토당토 않게 자신과 노건평과 이기명을 변호하는 편지라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네번째 편지의 수신자는 국민 입니다.
노무현은 이번 편지에서 이기명 선생과 함께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이루는 것이 꿈인데 현재 언론이 하는것을 보면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아 심히 괴롭다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법과 상식을 논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 자신이 수없는 부정과 불법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룬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이제와서 뜬구름 처럼 법과 상식을 논한다니 정말 지나가던 개나 소가 다 웃을 일인 것입니다. 또한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원조가 노무현입니다. 기양건설 금품 로비 사건을 두고도 공개적인 TV토론에서 그는 대표적인 아니고 말고식의 발언을 하였던 것입니다. 노무현은 법과 상식을 논할 수 있는 사람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미국에 가서는 부시에게 북핵과 관련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 조치를 취한다는데 합의를 하였습니다. 한미일 3개국은 북한이 끝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대화에만 매달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 가서는 북한에 대해 추가적 조치나 보다 강력한 조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는 불과 한달도 안되어서 한미일 공동체제의 실효성을 위배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번 일본에서의 노무현의 행동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잃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경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고 한국은 아직도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계속 혼자만 떠들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우방이란 친선에 금이가고 있는것입니다. 이런 국가와 국가간에 맺은 약속도 헌신짝 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법과 상식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노무현이 이기명 선생에게 쓴 편지는 자신의 죄스러운 마음을 전하고자 했다면 개인적으로 보내야 하는 편지였습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국가의 경비로 운영되는 청와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그러한 편지를 올려 놓았습니다. 다분히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는 편지의 내용임에 틀림이 없는 것입니다. 즉 수신처 참조라고 명시하고 이기명 선생, 각 언론사, 검찰, 국민 이렇게 명시되어야 하는 성격의 편지임에도 마치 이기명 선생에게 개인적으로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한체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올려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편지를 두고 우리는 그 속뜻을 알 수 없는 괴문서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2003.06.09.
첫주를 사직하는 날 아침에
솔방울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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