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盧대통령 訪日] "北 위험하다는 생각이 더 위험"
盧대통령, 日TV서 '일본 국민과의 대화'
"한국·일본 비해 북한은 훨씬 약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일본 방문 사흘째인 8일 도쿄방송(TBS)에 출연, 일본인 100여명과 ‘일본 국민과의 대화’ 행사를 가졌다. 제목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솔직하게 직접대화’였고, 오후 5시30분부터 1시간30분 동안 방영됐다.
대화 상대로 나선 100여명은 TV 광고와 인터넷을 통해 공모했으며, 농민·학생·샐러리맨·기업인·변호사·주부 등 다양하게 선발됐다. 오사카에도 30여명이 화상으로 연결돼 질문에 참여했다. 이들은 북핵, 한·일 과거사 및 미래관계, 남·북 통일전망, 북한의 일인(日人) 납치 문제 등에 대해 두루 질문했다. 또 “김치가 사스 예방에 도움됐다고 생각하느냐” “좌우명이 뭐냐” “부인이 만든 음식 중 무얼 좋아하느냐” “얼굴(용모)이 마음에 드느냐” 등 가벼운 질문도 많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한국 국민의 60%, 일본 국민의 90% 이상이 ‘북한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고 그 원인은 북한이 제공했지만”이라고 전제한 뒤, “북한은 우리보다 약하고 일본보다는 훨씬 약하다. (북한이)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 자체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전쟁은 미사일 몇 개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사실과 다르게 너무 불안하게 생각하고 위기감을 가지면 적대감이 생기고 잘못 충돌해서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로 이끌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상식적이지 않은 행위를 하지만 그들도 생각이 있을 것이고 잘해 낼 것” “의지를 갖고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과거를 털어내고 동북아 신질서를 구축, 미래로 나아가자고 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의 역할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의 일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진상을 밝혀야 하고 (북한이) 사과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원상회복도 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의 일본문화 개방에 대해서도 “법으로 막아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실무협의가 조금 남아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노 대통령은 통일 전망을 묻자 “대화를 통해 핵을 포기하게 하고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이웃이 되면 어느 때인가 통일된다”면서 “통일은 천천히 돼도 괜찮다. 정치적 통일은 늦어져도 괜찮다”고 했다.

또 앞으로 우호관계를 가장 돈독히 해야 할 세 나라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일본이 첫 번째인 것 같다. 가장 가깝고…”라고 한 뒤, “그 다음엔 중국이란 나라가 있다…그럼에도 일본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점에서 미국이 개입해 있는 것은 동북아 안정세력으로서 중대한 의미가 있다”고 말해, 일본-중국-미국 순으로 꼽았다.

‘일본 총리가 된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선 “동북아의 평화주도세력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시키겠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김치와 사스의 관계에 대해 묻자 “증거는 없으나 김치를 많이 먹는데 사스에 안 걸렸다. 김치가 잘 팔리기를 바란다”고, 용모에 대한 질문엔 “옛날에는 불만이 많았으나 대통령 된 후에는 이 얼굴이 괜찮아 보여 요즘은 마음에 든다”고 답변해 웃음을 자아냈다.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는 “김구 선생을 제일 존경했으나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해 그 뒤 링컨으로 바꿨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TBS는 노 대통령 소개 영상물에서 ‘신념의 정치인, (지역적) 지지기반을 갖지 않은 잡초 정치인’이라고 소개했고, 노 대통령은 좌우명을 ‘대붕역풍비(大鵬逆風飛·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생어역수영(生魚逆水泳·살아있는 물고기는 물결을 거슬러 헤엄친다)’라고 소개했다. 이날 대화는 외국 정치지도자로는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중국의 주룽지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였다.

(도쿄=신정록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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