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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10억弗 안주면 정상회담 못해"
정몽헌회장 진술…"거부하다 5억弗에 합의"

2000년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접촉 과정에서 북측이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장에게 “돈을 안주면 정상회담 못한다”고 하면서 정상회담 및 대북투자의 대가로 10억달러를 요구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또 정 회장은 당초 북측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정상회담 성사에 적극적이었던 청와대를 의식해 결국 5억달러 송금에 합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북 비밀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검팀과 현대그룹에 따르면, 송호경(宋浩景)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은 2000년 3월 17~18일 중국 상하이에서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장관과 2차 예비접촉을 가진 뒤 현지에 가 있던 정 회장을 별도로 만나 정상회담과 남북경협의 대가로 모두 10억달러를 요구했다. 정 회장이 “우리에게 그런 돈이 어디 있느냐”면서 거부하자 송 부위원장은 “그렇게 돈이 안되면 (정상회담) 협상을 못하겠다. 정상회담도 못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 회장은 당시 그같은 북측의 요구를 박지원 장관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 회장은 당초 정상회담에 별도의 돈이 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1차 싱가포르 예비접촉(3월 9일)에서도 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며 “정 회장은 2차 접촉 직후 북측의 돈 요구를 받고 고심하다가 청와대가 정상회담에 관심이 많은 점을 확인하고는 돈을 건네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정 회장으로부터 그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2차에 이어 3차 예비접촉 기간(3월 23일)동안 별개로 벌어진 대북송금액 협상에서 정 회장은 개성공단 사업 등 당시 현대가 추진 중이던 대북사업의 개발이익이 2억달러에 불과하다고 판단, 2억달러를 제시했으며 이에 북측은 요구액을 7억달러로 낮췄다가 양측이 최종적으로 5억달러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후 정상회담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돼 남북 양측은 4월 8일 4차 베이징 예비접촉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최종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특검팀 관계자는 “현대의 ‘7대 대북 경협사업’은 현대가 독자적으로 추진했던 것이라기 보다는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북측의 돈 요구에 맞춰 급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4차례의 예비접촉 협상에 참여하면서 실무 전반을 담당했던 김보현(金普鉉) 국정원 3차장(당시 5국장)을 10일 소환 조사키로 했다.

(최재혁기자 [email protected] )

(안용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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