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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분통터진 나라종금 前직원
“안희정이란 사람한테 줄 돈이 있었으면 우리한테도 좀 주라고 하쇼.”
노무현 대통령의 「동업자이자 동지」라는 안희정씨가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 김효근씨로부터 정치자금 2억원을 받았다고 며칠 전 검찰이 발표했다. 과거 나라종금에 몸담았던 A씨는 이를 듣고 엄청 열불이 나는 모양이었다. A씨는 나라종금이 2000년 5월 퇴출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새 직장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먹고살기가 힘들다. 안씨가 돈을 받은 2000년 11월은 A씨가 회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예금을 끌어왔다가,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돈이 묶인 주위 사람들의 눈총에 시달리고 있던 때였다.

“옛 사주 가족이 회사를 위해 뛰어다니던 직원들은 외면하고 한가하게 엉뚱한 사람에게 몇 억원씩이나 주고 있었다니….”

A씨의 원망은 이내 안씨에게로 옮겨갔다. “멀쩡한 회사도 아니고 어떻게 그런 돈을 받을 수가 있습니까?” 당시 나라종금에는 엄청난 공적자금이 쏟아부어지고, 보성그룹의 5개 계열사는 화의 절차를 밟고 있던 때이기도 했다. 안씨가 김효근씨와 대학 때부터 가까웠다고 하니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A씨는 자신을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2억원에 아무런 조건도 없었다는 검찰 발표라고 했다.

“차라리 로비자금이라면 낫겠어요. 회사를 살리려고 그랬겠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라니, 일만 하다가 빈손으로 쫓겨난 사람으로서 할 말이 없습니다.”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는 「386」이라는 사람의 「아날로그」 시대적 행태, 이런 행위에 속 시원한 단죄를 하지 못하는 검찰. 요즘 허탈하고 짜증나는 사람은 A씨뿐이 아닐 것 같다.

(박세용 사회부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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