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강론중 특정후보 비방은 선거운동" 판결
(의정부=연합뉴스) 박두호기자=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안기환.安起煥 부장판사)는 1일 미사 강론을 하며 특정 후보를 비방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로 기소된 의정부시 모 카톨릭 성당 A신부(45)에 대해 유죄 판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가 유예된 형은 벌금 50만원이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이 미사 집전중 강론시간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점, 특정 후보의 비리의혹을 적시하고 나이 든 사람을 투표하지 못하도록 성지순례 보내기로 했다는 농담조 말을 한 점 등에 비춰 종교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이라 할 것"이라며 무죄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금지'는 피고인 주장처럼 비방 목적이나 공공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와 관련 없이 지위를 이용해 구성원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했는지로 죄의 성립여부가 결정된다"고 전제했다.
이 사건 변호인들은 "피고인이 카톨릭 신부로서 신자들에게 강론을 통해 천주교회의 가르침과 투표와 같은 정치행위가 신앙과 무관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는 과정에 나온 단순한 의견개진일 뿐 선거운동은 아니다"며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 신부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4일 앞둔 12월 15일 의정부 시내 모 천주교회 신도 300여명이 참석한 미사 강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비방한 혐의로 지난 3월 19일 기소됐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신부가 "이회창 후보를 찍으면 안된다. 아들을 군대에 보내지 않고 며느리를 원정출산시킨 사람이다. 나이 든 사람들이 주로 이회창을 지지하니 선거일에 이 분들을 성지 순례시키기로 다른 신부들과 상의했다"며 종교적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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