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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변 선제공격론 만든 카터 전 미국방차관보 인터뷰
"부시 정권, 北과의 회담 실패할 경우, 영변 선제공격 고려할 것 확신"
"94년 영변 핵시설 공격했을 경우, 매우 성공적이었을 것"

93~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 영변 핵시설 선제공격론’을 처음 만든 애쉬턴 카터(Ashton Carter) 전 미국 국방차관보는 29일 “부시 행정부는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한 회담이 실패할 경우,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 을 고려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23일 열린 미·중·북 3자회담을 전후로 조선일보와 두 차례에 걸쳐 단독인터뷰를 갖고,“북한이 계속 핵 프로그램을 추진, 미국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선제 공격 하나 뿐”이라며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터 전 차관보는 1차 핵위기 당시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로 북한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계획을 기획, 입안했다. 이어, 99년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요청으로 페리 전 국방장관과 함께 한미일 3국의 공동 대북정책인 ‘페리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예일대에서 사학, 물리학을 전공했으며, 대량살상무기(WMD)에 관한 이론과 정책분야에서 1인자로 손꼽힌다. 페리 전 장관과 함께 WMD 등에 의한 위협을 사전차단하기 위한 ‘예방적 방위(Preventive Defense)’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미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며 인터뷰는 그의 학교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카터 전 차관보가 한국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북 3자회담에서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보유 인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한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동안 예측했던 대로 한 두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 두개의 핵무기만으로 핵 강국이 됐다고 할 수 없다. 그 정도로는 전략적 균형을 깨트리지는 않는다. 미국은 북한이 핵 강국이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현재 어느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하나.

“아무도 정확히 모르고 있다. 연료봉에 대한 재처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결정을 내리면, 영변의 재처리 시설은 언제라도 연료봉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것 같다. 연료봉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는 영변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연료봉 재처리가 시작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단계별 패키지(Step-by-step package) 를 요구했다고 한다. 부시행정부는 이런 제의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가.

“ 어느 누구도 북한의 제의를 문서로 본 사람은 없다.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표면적으로) 부시 행정부와 주변 국가들은 북한의 제의를 받아들일만하다고 보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언론보도와는 달리) 회담이 만약 성공적이었다면, 그 제의는 수용할만한 것이었을 수 있다.”

- 93~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의 미북회담과 지금의 협상을 비교한다면.

“당시 미국은 협상장에서 북한이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94년 기본합의문(Agreed Framework)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0년 동안 준비하고 내부에서 토론했기에 훨씬 더 좋은 방안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과연 양국 정부가 이 위기를 풀기 위해 회담 할 자세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갖기로 하고, 부시 행정부가 협상을 하지 않기로 한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북한이 그동안 요구했던 양자회담이 아닌, 다자회담에 나온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나.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번째는 북한이 이라크전쟁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많은 미국인들이 이를 믿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다. 두번째는 중국이 북한을 3자회담에 나오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과 함께 회담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각각 판단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회담을 유지하는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미국도 중국이 북한에 대해 건설적인 압력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다음 회담 전망은.

“ 다음 회담전에 북한이 어떤 형태로든 위기 상황을 촉진시킬 것이다. 연료봉 재처리를 한다든가, 군사적 무력 시위를 할 전망이 크다. 부시 행정부는 베이징 회담을 바탕으로 보다 확실한 정책을 만들어서 협상대표를 보낼 것이다.”

- 북한의 핵무장을 용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5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북한은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팔려고 할 것이다. 둘째, 북한이 붕괴하고, 핵무기가 다른 악당의 수중에 들어갈 경우 큰 문제가 된다. 셋째, 핵무기를 억제하는 균형을 깰 것이다. 넷째, 북한이 핵을 가지면 동북아의 다른 국가들이 핵을 가지려고 해, 핵무기 경쟁이 시작된다. 다섯째, 세계적인 차원에서 핵무기 비확산 체제가 손상을 입게 된다. 이 중의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북한은 회담이 실패할 경우 정말 핵무기를 만들 것으로 보는가.

“북한은 그것을 시사해왔다. 북한은 회담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자위를 위해서 핵 무기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회담이 실패하면, 그것은 매우 중대한 위기가 될 것이다.”

- 1차 핵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선제공격 계획의 책임자였는데.

“나는 당시 국방차관보였고,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공격계획을 내가 감독하도록 지시했다. 물론 그 영변 폭격계획은 군사전문가가 만들었다.”

- 영변의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계획을 만든 이유는.

“우리는 당시 북한이 북한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비핵무기로 영변에 대해 공격하는 것을 고려해야만 했다. 실행됐을 경우, 영변 핵시설을 완벽하게 파괴시켰을 것이다. 이것은 북한의 핵 개발 계획을 수 개월 또는 수 년 뒤쳐지게 했을 것이다.”

-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선제공격론 준비를 지시했는가.

“그렇지 않다. 클린턴 대통령은 북핵위기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지시했을 뿐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선제공격 계획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랐다. 결과적으로 클린턴 대통령은 그 지시를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의 한국 국민은 선제공격 안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 북한의 보복을 불러 일으켜 제2의 한국전쟁이 될 것으로 보기때문이다.

“그런 이유때문에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의견을 교환하지 않은 정책은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북한은 미국이 영변 폭격을 당할 경우 (김정일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전쟁을 하는 것이 나은지, 단지 영변 핵 시설 파괴로 그치는 것이 나은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 왜 북한이 선제공격을 당하고도 보복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보나.

“선제 공격이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정확히 알 필요가 있는 사실이 있다. 북한이 계속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미국으로 하여금 어떤 선택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선제 공격 하나뿐이다. 지금은 모두에게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나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하기를 바란다. 북한 정권이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은 이성적인 일이 아니다. “

-1차 북핵위기 당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북한의 김일성을 만나 극적으로 사태를 해결하지 않았다면, 클린턴 대통령은 영변에 대한 폭격 명령을 내렸을 것으로 보나.

“잘 모르겠다. 미국은 먼저 유엔의 북한에 대한 제재를 추진하려고 했다. 우리는 영변 공격을 준비할 필요성을 느꼈다. 만약 영변 공격을 했다면 매우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 왜 영변 공격계획이 성공적이었을 것이라고 보나.

“핵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정확하게 파괴함으로써,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수 년 늦추게 했을 것이다.”

-1차 핵위기 당시 한국정부와 어떤 협의가 있었는가.

“당시 나는 영변공격계획을 누구와도 토론하지 말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나 나는 양국의 외교적, 군사적인 경로에서 분명히 이 문제가 협의됐을 것으로 확신한다. 또, 당시 신문 보도를 보면, 누구나 이를 알고 있었다. “

-1차 북핵위기 당시 한국 정부는 선제공격계획이 협의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국의 모든 한반도 정책은 양국 협의의 결과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말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후) 김대중 대통령 당시, 우리는 북한과 협상을 하고, 협상이 실패할 경우 매우 강경한 조치(forceful measure) 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고, 김 대통령도 이에 동의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매우 강경한 조치란 무엇을 말하는가.

“영변에 대한 선제 공격이 포함돼 있다.”

-당시 어떻게 한국과 긴밀한 협의를 했는가.

“페리 프로세스(Perry Process) 를 보라. 우리는 미국의 정책이 아닌, 한미일 3국 공통의 정책을 만들었다. 페리 프로세스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다. 바로 협상과, 강경책이다. 3국은 페리 프로세스에 모두 동의했다. 미국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다.”

-부시 정권은 회담이 성과가 없을 경우 선제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보나.

“회담이 실패할 경우, 나는 부시 정권에서 선제공격을 고려할 것으로 확신한다. 한국도 회담 실패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막을 방책이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 북핵 위기를 해소하는데 가장 바람직한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인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로 합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가장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가지기로 한다면, 이는 미국이나 주변국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다.”

- 최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가.

“ 지금 현재로서는 50 대 50의 가능성이라고 본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교한다면.

“부시 정부는 한반도 정책을 포괄적으로 만들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이라크 때문에 바빴던 것도 사실이다. 또, 부시 정부내부가 분열됐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아닌가. 클린턴 정부는 98년 페리 전 국방장관과 나에게 대북정책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미국과 한국, 일본 모두가 동맹을 유지하면서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어 공표했었다. 부시 정권은 그런 대북정책을 설명하지 않았다.”

-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이 심한 것 같다. 이것이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이는 (협상을 하는데) 심각한 장벽(barrier) 이다. 협상대표가 정부의 생각을 알 수 없고, 어떤 입장을 정부가 지지하는지 알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다. 정부가 협상 할 때, 어느 노선인지도 모르고 협상을 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부시 정부가 내년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 북한을 희생양으로 삼기 위해 회담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관측도 있는데.

“나는 미국의 어느 정권도 당장 중요한 한반도 문제를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이용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 3월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부시 정권이 북한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보다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낫다고 했는데.

“북한이 핵 무장을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스러운 일이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무장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북한을 이를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 클린턴 정부는 북한과의 문제를 대화로 풀어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나, 북한과의 대화를 회피,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부시 정부에게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미했을 때,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김 대통령에게 클린턴 정부가 했던 대북정책을 이어받겠다고 했으나, 부시 대통령이 이를 뒤엎었다. 부시 행정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는 2000년 클린턴 정부에서 미북 미사일 협상이 거의 타결됐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북한의 작은, 긍정적인 조치가 있었다. 결말을 맺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역사는 누구도 모르는 것이다.”

-한국사회 일부에서는 보수언론이 ‘한미관계 악화’를 과장했다고 비난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매우 심각한 긴장(serious strain) 관계다. 미국인은 한반도 현실을 충분히 모르고 있다. 한국인도 한반도 현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한미 양국 모두의 책임이다. 각 정부가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지를 교육시키는 큰 일을 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북한이 한미동맹관계를 분열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국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한미 양국이 공유하지 않은 정책은 어느 것도 성공할 수 없다. 한국 단독으로 북한 문제를 풀 수 없고, 미국 혼자서 북한 문제를 풀 수 없다. 양국의 극단론자들이 이를 깊이 인식하고,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캠브리지(미 매사추세츠주)=李河遠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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