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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24시] 서청원 의원의 말 바꾸기

서청원 의원이 '마침내'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연말의 불출마 선언을 의식해 가급적 모양새 좋게출마선언을 하고 싶어했다. 다른 중진의원들이 분위기도 좀 띄워주고'당신 아니면 안된다'는 부추기기도 해야 마지 못하는 척 나올 생각이었다.

불과 넉 달 만에 자신의 입으로 내뱉었던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기가껄끄럽긴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26일 한나라당 의원ㆍ지구당위원장 연찬회에서 있었던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 자체가 '자의'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소장파들의 압력에 못이긴 것이었으니 그의 입장에서는 못뒤집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서 의원은 "불출마를 번복한 것에 대해선 변명하지 않겠으며 당원들에게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에 대해 한없이 관대한 정치풍토를 익히 알고있는 데서 오는 자신감일까.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마다 이 당, 저 당으로 옮겨다니는 말도 안되는짓거리도 그럭저럭 넘어가고 틈만 나면 합당, 분당, 신당이 난무하는게 우리나라다. 사실 의원 한 사람의 말 바꾸기쯤이야 뭐 그리 대수일까.

게다가 서청원 의원의 말 바꾸기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97년 대통령 선거 때 그는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문제를 폭로하며 이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 후보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자 '버르장머리 없는행동'이라고 통박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대선에서는 병역문제에 관해 '청와대의 작품' '정치조작극'이라며 이회창 후보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물론 정치판에서야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라고 하니 이런 저런 변신과 말바꾸기가 필수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이 당 쇄신이니 당 개혁이니 하며 시끌시끌한 이유가 바로 이런 정치판을 개혁하자는 것 아니었던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것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을 지켜온 정치행보'가 많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안다.

원칙을 지키는 정치인,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 참으로 아쉽다. 또한원칙을 안 지키고 약속을 안 지키고 식언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제대로 심판할 수 있는 성숙한 정치의식은 더더욱 아쉽다.

<정치부 = 채경옥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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