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관광은 곧 재개되지만 금강산 및 백두산관광은 남북한 당국자 간 세부 사안 조율을 위해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지난 16일 극적으로 만나 대북사업 정상화를 위한 5대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향후 남북 경협사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북한과 현대그룹 간의 합의 사항 중 개성관광을 제외한 대부분이 남북 당국 간에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향후 과제로 남았다.

현 회장은 김 위원장과 전격 만남을 통해 △금강산관광 재개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통행 및 북한 체류 원상 회복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업지구 사업 활성화 △백두산관광 사업 개시 △추석 때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 모두 5개항에 걸쳐 합의를 이루어냈다.

하지만 이들 합의안이 실현되기 위해선 남측 정부와 북측의 추가 협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북한이 남한 정부를 배제한 채 민간기업과 대화를 모두 풀어나갔는 점이다.

북한이 이른바 '통민봉관(通民封官)'전략을 취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책이 주목된다. 즉, 남북 경협 정상화 과정에서 남북 정부 당국자 간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박왕자씨 사망 진상규명해야'
금강산관광에 대해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망한 금강산 관광객 고 박왕자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지 않는 한 당장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직후 남측에서 중단시켰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사과와 진상조사 및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져야만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현대아산 측은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이후에도 관광객 유치를 계속해 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대북 관광사업 재개에 노력해 왔다. 일각에선 이르면 올해 가을까지는 금강산관광이 가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이번 5개 합의사항 중 하나인 이산가족 상봉이 올해 추석인 10월 3일을 전후로 이뤄질 경우 금강산에서 상봉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금강산관광 개시가 추석 전에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현재 현대아산에 접수된 금강산관광 예약인원은 약 3만4000명이다. 이는 현대아산 금강산관광 연간 규모인 36만명에 비하면 약 한달 수용분이다. 특히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의 합의문에는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 관광도 시작하자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비로봉이 남한 관광객들을 맞이하기까지는 아무리 빨라도 올가을을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관광 위한 공항 인프라 필요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백두산 관광은 당초 지난해 개시하는 게 목표였다. 관광은 제3국(중국)을 거치지 않고 국내외 항공 및 현지 북측 차량을 이용해 평양과 백두산을 연계한 3박4일 일정과 백두산관광만의 2박3일 일정으로 구상됐다. 항로는 김포공항에서 평양, 삼지연 공항 등이 주요 경로로 거론됐다.

그렇지만 이후 현지 공항 시설 공사와 항공 협정 등에서 제대로 진척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금강산관광 중단의 여파로 백두산관광에 대한 후속 논의도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백두산관광이 조기에 성사되려면 삼지연 공항의 공사가 빨리 끝나야 하고 항공협정 체결을 위한 남북 간 협상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적지 않아 실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먼저 우리 정부가 취항을 승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삼지연 공항이 항공협정상의 규정을 갖춰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통행규제 해제로 개성관광 곧 활성화
개성공단 사업의 경우 136일간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의 석방으로 갈등의 골을 대폭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씨 석방을 계기로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신변 보장 등의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북한이 이른 바 12·1 조치를 풀었다는 점은 파격이라는 평가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문제삼아 지난해 12월 1일부터 남측 인원들의 개성공단 왕래 횟수와 북한 지역 체류 인원을 대폭 축소하고 제한해 왔다.

그렇지만 이번 현 회장의 방북을 통해 북한은 6·15와 10·4선언의 정신에 따라 개성공단사업을 원상 회복하기로 했다. 개성 출입이 한결 자유로워지면서 개성관광은 곧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 관광은 금강산보다 거리가 가깝고 당일 관광이라 가장 빨리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무급휴직 또는 사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던 인원 확충 등 정비기간이 필요하다.

추석 이산가족 상봉 합의의 경우는 남북 적십자사 간 또는 당국 간 합의해야 할 사항이지 현대그룹이 정부를 대신해 합의할 사항이 아니다. 다행히 통일부에선 17일 북측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현 회장으로부터 방북 결과를 보고받은 뒤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북한에 제의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전망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에서 향후 가장 큰 걸림돌은 북한의 핵 보유가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신평화구상'을 통해 북한의 핵 보유 포기를 전제로 모든 대북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mail protected] 김경수 조은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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