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전두환 前 대통령 밝혀…  主敵개념 부활시켜야
아웅산 테러도 김정일 지시… MB "임기 중 김정일 만나지 마라"

김영삼·전두환 두 전직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며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주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내가 봤을 때 100% 북한 어뢰가 원인이다"면서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사건 때는 강경하게 항의해서 북한이 결국 사과했다. 이번에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 경험과 판단으로 북한 소행이 분명한데 그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한 결단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의 철수 등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 북한 선박의 제주도 자유통행 조치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은 안보태세 확립과 관련, "대단히 불행한 일을 겪었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보강화의 좋은 모멘텀"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주적개념조차 없어지는 등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새 국방백서에는 반드시 주적(主敵) 개념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이 해이해진 데 대해 상당히 걱정된다"면서 "전 세계에서 어떤 나라도 국방을 혼자 책임지는 나라가 없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반드시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의 '주적개념' 발언에, 김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전작권 연기' 발언에 각각 "전적으로 동감"이라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두 전직 대통령은 또 "(향후 대북 대응과정에서) 전략적으로 중국의 협조를 반드시 얻도록 외교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세 사람의 대화는 천안함 사건뿐만 아니라 각자 겪은 북한의 테러 경험으로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KAL기 폭파사건(1987년) 때 많은 현대 직원들이 죽었다"고 했고, 김 전 대통령은 "우리 어머니도 간첩에 당했다"면서 "(KAL기 폭파사건의 주범인) 김현희를 만나봤는데 아주 똑똑하더라. 그런데도 북한은 자작극이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내가 아웅산 테러(1983년)를 당했을 때 김정일이 지시했지 김일성은 지시하지 않았다. 김격식 대장이 총책임자였다. 그 사람이 총참모장을 하다 지난해 2월 4군단장으로 왔는데 4군단이 (천안함 침몰) 지역을 맡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타진이 있었으나 나는 만남을 위한 만남이나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만남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면서 "임기 중 한 번도 (김정일을) 안 만나도 된다는 입장을 일관성 있게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시간 동안 이어진 오찬 끝 무렵 "모처럼 두분이 만났는데 나라의 어른들이시니 앞으로 더 건강하시고 화기애애하고 화합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와인으로 함께 건배했다. 김·전 두 전직 대통령은 평소 인사를 흔쾌히 나누지 않을 정도로 껄끄러운 관계였다. 이 홍보수석은 "전·현직 국군통수권자 3명의 경륜과 지혜를 모으는 자리이자 화해와 화합의 자리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