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에 청진은 살기 좋은 고장으로 보인다. 북한 땅의 동북부 변방에 있는 이 도시의 해안선은 마치 미국 매인주 만큼이나 험준하고 바다 빗갈은 남록색이다.
청진은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440킬로에 불과하나 자동차로 3일, 기차로 거의 27시간이 걸린다. 대다수 방문객은 인구 60만 도시 청주를 둘러싼 험준한 산악을 구비구비 도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남쪽에서 찾아오게 된다.
청진시 외곽에 다달으면 길이 양켠으로 가로수가 늘어선 대로로 바뀌는 것을 지난 2001년 어떤 방문자가 찍은 비디오는 보여준다. 허지만 이곳을 처음 찾는 이들은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인구가 보스턴 시 만큼이나 되는 곳에 개인 승용차라는 건 없고, 전부 군용과 관용차 뿐이다. 거리가 너무 텅 비어있어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도로 한가운데를 즐겁게 거닐 수가 있다.
전차용 전선이 머리위에 거미줄 처럼 걸처있긴 하나 자주 다니질 않아 사람들이 꽁무니에 매달릴 정도로 초만원이다. 심지어 자전거 조차도 사치품인지라, 대부분 사람들은 등에 큰 봇짐을 지고 걸어다닌다.
택시란 게 없어, 일부 사람들은 손수레를 만들어 이걸로 자가용 짐꾼 노릇을 한다. 이들은 길거리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이 주 대부분이 집이 없어 저녁이면 이 자가용 손수레에서 잔다.
다른 진기한 구경거리도 있다. 주심가에 자리잡은 18층 아파트의 윗층들은 엘레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입주자가 없다. 또 동물원이 있으되 동문이 없고 사람들이 버릴 물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쓰레기란 게 거의 없다.
여인네들은 빈 터에 좌판을 치고 풀무로 풍로 불을 일궈 끓인 수프를 내 놓는다. 손님들은 쭈그리고 앉아 빈 바케츠에 걸친 판자대기 식탁에서 음식을 먹ㄴ는다.
오늘날 청진은 북한에서 가장 못사는 도시가 아니다. 왜냐면 중국국경에서 불과 80킬로라는 가까운 위치 때문에 소비재를 손쉽게 구할 수가 있다. 그 시장은 평양 다음으로 북한에서 제일 큰 것으로 꼽힌다. 그러나 농토가 거의 없는 지역의 공업도시이다 보니 청진은 기근에 특히 노출돼 있다.
1990년대 초 청진에 재난이 닥쳤다. 이곳의 낡고 비효율적인 공장들은 소련에서 들어 온 부품과 값 싼 기름으로 그럭저럭 버텼다. 그러다가 공산권이 붕괴되자 발전소를 움직일 기름이 끊기고 공장들은 전면 가동중단이 됐다.
농민들은 화학비료와 전기 관개스시템에 의존했기 때문에 농작물을 생산할 수 없었다. 거기다가 1995년 여름의 폭우와 대홍수로 이미 몰아닥친 식량난은 가중됐다.
청진은 왕년에 일본과 소련 선박이 공장생산품을 선적하는 바쁜 항구였다. 그러나 이젠 보잘 것 없는 오징어 잡이 배들이 차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대형 선박들은 인도주의 구호물자 운반에 씌이고 있다. 외국선원들은 물론 상륙할 수가 없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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