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룡, "호남-젊은세대-서민층 지지 확산해야 총선 승리"
28일 김덕룡 의원 후원회...'수도권 중심정당론' 거듭 제기
구영식 기자
28일 오후 5시 30분부터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덕룡 의원 후원회는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성황을 이뤘다. 특히 후원회가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치러져 마치 '출정식'을 연상케 했다.
김 의원의 후원회에는 최병렬·하순봉·홍사덕·이부영 의원 등 중진급 인사를 비롯해 이성헌·김영춘·원유철·오경훈·남경필·박진 의원 등 총 50여명이 넘는 당내 의원들이 참석해 '세대'와 '계파'를 초월한 김 의원의 폭넓은 인맥을 과시했다. 특히 수도권과 호남지역 원외위원장들이 대거 참석해 시선을 모았다.
박찬종, "김덕룡 의원이 있는 한 '한나라당=수구반동세력' 거부한다"
후원회의 첫 축사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성토에서 시작됐다. 한국 보수우익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이철승 전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라고 얘기했지만 지금은 김정일이라는 악의 씨가 이북에 남아 있다"며 반공주의를 상기시킨 뒤 "노무현 정부가 2개월이 지났는데 2년이 지난 것 같다"며 "지겹다"고 말했다.
이철승 전 의원은 "뒤골목에서 (골목)대장이나 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으니 혼란스럽다"라며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격한 감정을 마구 쏟아냈다.
하순봉 최고위원은 "이철승 전 의원이 축사를 하고 박근혜 의원이 여기 앉아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물은 뒤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힘을 모으는 데 김덕룡 의원이 존재했다"고 김 의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 최고위원은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힘을 합치는 데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전라도와 경상도가 어디 있느냐"며 "근대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이 합친 곳은 한나라당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찬종 고문은 "노무현 정부가 2달이 지났는데 개혁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며 "집권세력 일부는 개혁을 독점해 자신들의 전매특허인양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고문은 "한나라당을 수구반동세력이라고 비판하고 있는데 김 의원이 한나라당에 있는 한 수구반동세력임을 거부한다"며 "김 의원이 모든 것을 버리고 한나라당을 개혁하고 혁신해서 국민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써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의원 후원회에 참석해 많은 관심을 모았던 박근혜 의원은 "그동안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눴고 국가이익을 위해서라는 점에서 다를 바가 없었다"면서 "김 의원과 같은 거목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김 의원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소설가 박범신, "지나친 보수색깔과 경상도 지역주의를 넘어설 적임자"
소설가 박범신씨는 축사 서두에서 "후원회는 원래 덕담을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의원들이 많으니까 싸움이 치열하다는 걸 느꼈다"며 앞서 축사를 한 일부 인사들의 '정치성'을 꼬집기도 했다. 박씨는 '김덕룡 인물론'을 이렇게 풀어놓았다.
"김 의원이 어떤 사람인가를 세 가지 정도로 얘기해보겠다. 첫째, 김 의원은 30년 동안 정치노선이 언제나 똑같았다. 살아 있는 현역정치인 가운데 가뭄에 콩나듯 매우 드문 사람이다. 인간중심의 정치노선, 건강한 개혁적 보수의 노선으로 일관한 극소수의 정치인 중 한명이다.
둘째, 김 의원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농본주의적 전통이 있는 사람이다. 맏형 같은 느낌이다. 검찰에서 안좋은 얘기가 나왔을 때 내 용인글방에 와서 지냈다. 그때 그는 위로받을 사람인 나를 오히려 위로해주었다. 그는 농본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사람이다.
셋째, 김 의원은 문화적인 사람이다. 학창시절 연극을 했던 배우 출신이다. 뱃살과 주름을 빼면 미남의 연극배우다. 또 청바지를 즐겨 입고 정치인들 중에서는 인터넷도 빨리 익혔다. 나에게 한달에 한번 전화하는데 '영화 보러 가자'는 전화다.
어느 분은 학자가 됐을 거라고 했는데 나는 문화예술인으로서 (나와) 라이벌이 되어 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김 의원은 정치를 안해도 불행하지 않을 사람이다. (정치일선에서) 물러나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저금'을 해놓았다."
박씨는 특히 "오늘은 (김 의원의) 당 대표 경선 출정식 같다"고 말하면서 '한나라당의 이미지 한계'와 관련 ▲지나친 보수색깔 ▲경상도 중심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김 의원은 두 가지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적임자"라며 '김덕룡 대표론'을 폈다.
김 의원과 당권경쟁관계에 있는 최병렬 의원은 "후원회가 성황을 이뤄 돈이 많이 들어왔을 것 같아 부럽다"며 좌중의 웃음을 유도한 뒤 "내가 당 대표 경선에 안나갔다면 백번이고 김 의원을 찍었을 것"이라고 김 의원을 치켜세웠다.
홍사덕 의원은 "김 의원이 조물주였다면 천지창조는 화요일에 다 끝났을 것"이라며 김 의원의 '부지런함'을 높이 평가했다. 홍 의원은 "고향 때문에 김 의원을 싫어해서는 안된다"며 "좋은 징조가 오는 6월 어느 날 나타날 것"이라고 김 의원의 대표 당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덕룡, "노회하고 수구적인 이미지를 벗어 던져라"
마지막으로 김 의원이 지지자들 앞에 섰다. 그는 "예전에 이회창 전 총재가 이 자리에서 후원회를 열 때 나를 가리켜 '파운딩 파더'(founding father)라고 했다"며 자신이 한나라당의 '대주주'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수도권 중심 정당론'을 거듭 제기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와 조순 전 총재, 그리고 내가 함께 만들었다. 그런데 두 분이 당을 떠났고 나 혼자 남았다. 제가 만들고 지켜왔던 한나라당을 앞장세워 승리하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다. 지난 대선의 패배원인인 노회하고 수구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져야 한다. 당을 쇄신해야 한다.
우리 당이 시대흐름을 선도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하고 재생되어야 한다. 당을 쇄신하고 단합해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데 내 열정을 바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이 매우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이겨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지난 대선 당시) 3대 비토세력이 있었다. 특정지역과 젊은 세대, 서민층이 우리 당을 외면했다.
우리 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 세력들의 지지를 확산시켜야 한다. 한나라당을 수도권 중심 정당으로 만들고 이 세력들을 우리 당과 연결시키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겠다. 반사이익만으로 역사를 만들 수 없다.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승리할 수 있다. 명실공히 정책정당으로 쇄신하겠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 승리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2003/04/29 오전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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