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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장 "언론, 압력 받고 있다"
김학준 사장 "정당한 보도와 평론을 수구·보수·반동으로 몰아"

동아일보 김학준(金學俊) 사장은 29일 현 정부의 언론정책과 관련 “언론은 현재 압력(Pressure)을 받고 있다”며 “정당한 보도와 평론을 수구·보수·반동으로 몰아가는 편견은 이것 자체로서 압력”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대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통해 “언론은 기자를 소주나 마시는 사람, 소주 사주면 가판 기사 빼주는 사람으로 보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언론관에 기죽지 말아야 한다”며 “뛰어난 언론과 기자는 압력 속에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한국신문방송인클럽 이형균(李炯均) 회장은 인사말에서 “현 정부의 기자실 폐쇄, 취재원과의 접촉 제한 등은 취재와 보도활동의 하향 평준화를 꾀하는 것”이라며 “특히 취재원과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은 취재의 시급성과 현장성에 비춰 언론활동을 제한할 소지가 많고, 정보 공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무원이 기자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면 어떤 취재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어 “(기자실) 개방이라는 미명 아래 (현 정부가)모든 기자들을 브리핑룸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며 “브리핑에만 의존하여 취재토록 한 것은 지난 군사정권 때처럼 보도자료 위주로 취재하고 보도해야 했던 발표저널리즘의 고착화를 의미하며, 정부에 유리한 기사만 보도하라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언론에 관한 모든 것은 권력이 아니라 독자와 시청자가 결정해야 하고, 언론은 이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작금의 현실을 우울하게만 여기지 말고 탐사 보도·추적 보도를 통해 권력과 사회의 곳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꾸준히 파헤쳐야 한다”고 말했다.

(송동훈기자 [email protected] )

다음은 김학준(金學俊) 동아일보 사장의 축하인사말 전문.

이런 자리에서 한 말씀 올리데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언론계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점들 그리고 어려운 환경들 그리고 이것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존경하는 이 회장께서 조목조목 정확하게 모두 짚어주셨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것으로 믿습니다.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가 프레스(Press)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언론재단의 영어명칭도 프레스란 말을 쓰고 있습니다. 왜 언론을 신문을 프레스라고 했겠습니까. 지난날에는 강판했다는 표현에서 그래서 강판할 때 과거 기계를 가지고 압력을 가해서 연판을 뜨는 것 아니었겠습니까. 거기에서 프레스란 말이 나왔다고 초년병 기자시절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새야말로 우리 언론은 프레스 되고 있습니다. 프레셔(Pressure), 압력을 아주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날이야 말로 우리가 언론을 프레스말해도 가장 적합한 때입니다. 압력은 여러곳에서 올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독자와 시청자로부터의 압력입니다. 이는 우리가 가장 존중해야 하고, 가장 무겁게 대해야 할 압력입니다. 다음은 부당한 압력이 있습니다. 부당한 압력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편견도 심각한 압력입니다.

정당한 보도와 평론을 수구·보수·반동으로 모는 편견은 이 자체가 압력입니다. 정당한 보도와 편론을 빨갱이·좌익으로 모는 것도 같은 압력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끌고 가서 고문하는 건만 압력이 아닙니다. 부당한 편견은 부당한 공격이고 이는 부당한 압력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굴복해서는 안됩니다.

기자를 소주나 마시는 사람으로, 소주 사주면 가판에서 기사 빼주는 사람으로 보는 이 어처구니없는 언론관에 기죽지 말아야 합니다. 신문사의 가판이 마치 부당한 거래를 위한 것인양 하는 이런 부당한 분위기가 바로 엄청난 압력입니다. 이는 신문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편견을 심어주게 됩니다.

이런 편견 속에서도 우리는 부정과 부패를 파헤쳐야 합니다.

실력은 역경에서 나옵니다. 누가 수 십년간 역량을 쌓아온 사람이냐 누가 그저 2~3년 경력을 쌓은 사람이냐가 쉽게 판가름 납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기자실을 폐지하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또 취재원들로 하여금 기자들을 못 만나게 하고 이러한 환경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환경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동안 정말 묵묵히 오래동안 실력을 닦아온 기자와 그 신문사와 그렇지 않은 기자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와의 역량의 차이가 드러나게 됩니다. 언론은 압력속에서 큽니다. 순경에서 크지 않습니다. 역경속에서만이 누가 진실로 용기있는 언론이고, 기자인가가 드러날 것입니다.

이제 기자에게는 진실을 찾는 집요함이 필요합니다. 바깥에서의 부당한 공격에 굴하는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언론은 지난해 몇몇 기사와 관련 (대통령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실었다는 부당한 공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채 안된 시점에서 어떤 것이 옳았나하는 것이 증명돼가고 있습니다. 우리 언론은 시류에 편승해서는 안됩니다. 편견에 굴복해서도 안됩니다. 부당한 압력에도 굴하지 말아야 합니다.

신문을 단 두 페이지밖에 만들 수 없는 여건이 되더라도 후손들을 위해 굴하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글을 써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은 이형균 회장의 연설 전문.

수상자 여러분, 가족·친지·동료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기자의 비판정신이야 말로 언론인의 본령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언론끼리의 갈등이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해가 지난 오늘 우리는 새롭게 변한 언론환경 속에서 우리의 자화상을 돌이켜 보아야만 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 있습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언론의 자유가 더욱 신장되고, 신문과 방송간의 갈등이 해소되리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고뇌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문민정부 국민정부 거치면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 보다 나은 언론환경이 조성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는 기자실 폐지와 개방, 취재원과의 접촉 제한 등의 새로운 취재지침을 밝히면서 우리의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메이저 신문에 대한 감정적인 대응과 함께, 보도활동의 하향평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하에서 언론이 자유경쟁을 해야 한다는 원리를 간과한 채, 언론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는 취재지침에 대해 언론계는 이상하게도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언론윤리위원회법을 만들려고 했을 때 모든 언론이 들고 일어나서 이를 페지시킨 일이 있습니다.

물론 기자실의 문제점은 검토돼야 합니다. 그러나 역기능만을 강조한 채 순기능을 무시하고 개방이라는 미명아래 모든 기자들을 브리핑 룸이라는 곳에 몰아넣으려는 시도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브리핑에만 의존하여 취재토록 한 것은 지난날 군사정권시대에 보도자료만을 위주로 취재하고 보도해야 했던 발표저널리즘의 고착화를 의미합니다. 정부와 국가권력에 유리한 기사만 보도하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취재원과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나야 한다는 것도, 취재의 시급성과 현장성에 비춰어 언론활동을 제한할 소지가 많습니다. 더욱이 정보공개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무원이 기자를 아예 만나려 들지 않는다면 어떠한 취재도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정부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보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오보백서를 펴내고 오보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언론에 대한 전 방위 공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보 있어서는 안됩니다. 왜곡보도도 있어서는 안됩니다. 오보와 왜곡보도에 대해서는 법적으로나 관행적으로 이를 시정하는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 스스로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지만 법과 제도를 떠나서 언론에 심적 압박을 가하는 일은 삼가해야 합니다. 언론에 관한 모든 것은 권력이 아니라 수용자가 즉 독자와 시청자가 결정해야 할 일입니다. 독자와 시청자가 언론에 관한 한 최후의 심판자입니다. 언론이 수용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는 작금의 현실을 우울하게 여기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근래에 들어 활기를 띠기 시작한 탐사보도, 추적보도의 기능을 더욱 살려야 합니다. 권력과 사회의 곳곳에서 이뤄지는 각종 비리, 부정부패를 탐사보도를 통해 꾸준히 파헤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자리에 계신 수상자 여러분은 막중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도 막중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비판정신으로 무장하여 권력과 사회의 썩은 곳을 파헤치는 데 큰 공헌을 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신문과 신문간의 갈등, 그리고 신문과 방송간의 대결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합니다. 활자매체와 전파매체는 상호 경쟁적이면서도 보완적인 미디어입니다.

신문의 심층성과 방송의 신속성이라는 각자의 특성을 존중해야만 합니다. 우리 한국신문방송인클럽은 여러분과 함께 언론 내부의 갈등을 해소시키고 언론자유를 신장시키는 데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입니다. 수상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를 드리면서, 여러분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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