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225쇠/
囚人記 // 일치된 간절한 소망들
어제 광천면민회에 참석했다. 60대 여자 두 분을 포함하여 14명이 모였다. 모두들 걸어다닐 수 있는 발과 밥을 먹고 말할 수 있는 입을 가졌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사람들이지만,
건강,
돈,
시간(여생),
이 세 가지는 넉넉하지 못한 처지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기억력은 넉넉한 분들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고향 이야기가 잇달아 나왔다. 어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새로운 것은 해방 전의 일제시대의 어느 해 어느 날에 들은 이야기라면서 전해준 이야기였다.
우리 마을에 있었던 광천국민학교의 일본인 교사인 아라카와 히데히코(荒川英彦)가 학교에 부임한 첫 날의 인사 말씀이 내용이다.
"단천(端川:단천군)은 사상이 불온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광천(廣川"광천면)이 유명하다면서? 너희들 부형(父兄) 중 누군가가 학교 지붕에 올라가 석유를 뿌리고 이 학교를 태우면 나무로 지은 학교가 아닌 석조 건물로 고쳐 짓게 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이 학교에 있는 한 어림없는 짓이야. 나한테는 안 통해!"
해방 후, 김일성 치하에서도 우리 고향인 단천군은 반체제 인물이 자주 나타난 고을로 손꼽혔다고 한다. 내 기억에도 어느 날 학교에 보위부 사람이 와서 한 남 선생님을 수갑 채워 압송해 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날 한교 선생님들 모두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우왕좌왕하시던 상황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1934년 개발을 시작할 무렵에 매장량이 6억 5천만 톤이었다는 세계적 마그네사이트 광산인 북두일면의 검덕(劍德) 광산에 김일성이가 시찰 나올 때는 유난히 경계가 심했던 것도 반동분자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한다.
최근 중국을 통해 전해 들리는 바에 의하면, 김정일 치하에서도 단천은 반체제 인물이 많은 지역으로 탄압을 받고 죄수 생활을 하는 반동분자가 많은 군으로 알려져 있다 한다. 이들이 뜻을 이루는 날은 안 올까?
멀리 강원도 원주에서 오신 나의 10년 선배이신 김봉근 형께서 6.25때 인민군으로 참전하여 포로가 되었다가 반공포로로 석방되어 국군소위로 임관되어 대위 때 베트남전에까지 참전한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도 색다른 것을 하나 목격하게 되었다. 이산가족상봉신청 접수증이란 것을 구경하게 된 사실이다. 나보다 열두 살 위인 김영구님이 지갑에서 꼬깃 꼬깃 접어두고 있던 작은 종이를 한 장 펴 보여 주셨다.
거기에는 아래와 같이 씌어져 있었다.
접수증
접수번호 : 012-2000-396
신청인 : 김영구 2659-0783
접수자 : 강은희
위와 같이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서를 정히 접수하였습니다.
2000. 6. 16
이북5도 위원회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
전화번호 : 02-2287-2510, 2287-2511
김영구님은 남들은 이산가족 상봉을 하는데, 자기한테는 언제쯤 차례가 오려나, 확인하려고 명동쪽에서 남산으로 올라가다가 보이는, 예날 KBS 자리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서울지부에 찾아가 실무자를 만나 확인했더니, 대한적십자에서 전국신청자를 종합한 접수 번호로는 38,746번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00년에 신청한 사람들이 이미 15만 명을 넘고, 오늘 현재 실제로 만날 기회가 주어진 사람은 1천 명은커녕 500명도 안 된다니 언제 차례가 돌아오겠소? 하지만 이 접수증은 계속 보관해 둘 거요."라고 말씀하셨다.
이토록 절실한 자세로 이산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김대중씨나 노무현씨는 알까, 모를까?
알면서도 모르는 체할까?
이러면서도 김대중씨는 자기가 남북화해의 물꼬를 텄노라고 자랑할 것인가? 천하의 사기꾼 같으니라고!
* 오늘 현재, 이산가족을 상봉한 사람이 남한에서 500명 정도인지, 더 되는지, 정확한 숫자는 확인할 수 없음.
오늘 모인 사람들의 일치된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 노무현씨는 알까,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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