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모적 사학법 개정논의 이젠 접어야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다수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더 논의하고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국회의장이 공언한 직권 상정과 여당의 밀어붙이기 시도에 반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문화일보가 한국리서치와 함께 전국 성인 남녀 8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63.2%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시간을 갖고 논의하고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법안 제출후 1년이 지난 만큼 표결을 통해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응답은 27.9%에 그쳤다.
우리는 일관되게 지적해온 대로 여당의 사학법 개정안이 사학 법인의 건학 이념, 재산권, 학교 운영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헌법의 근간인 사적 자치의 원리를 거스르는 악법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사학재단 이사의 3분의 1과 감사를 초·중·고의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의 평의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한 이른바 개방형 이사제 등 핵심 내용은 운동권 교원단체 등에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사학 운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여당과 운동권 교원단체는 사학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사학의 비리는 사안에 따라 형사법 등으로 엄격하게 단죄하면 될 일이다. 극히 일부 사학의 비리를 구실로 전체 사학을 잠재적 범죄집단시하며 기본권마저 제한할 일은 결코 아닌 것이다. 더욱이 한국사학법인연합회가 최근 사회 명망가들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켜 자정운동에 나서며, 사학법 개정안 처리를 2년만이라도 늦춰 자정 노력의 결과를 지켜봐달라고까지 하지 않는가.
김원기 국회의장은 9월16일을 여야 합의 처리 시한으로 지정했다가 이를 넘기자 10월 19일까지로 다시 미뤄, 그 때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직권상정해 표결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풀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국론을 가르면서 근 1년을 끌어왔다. 정치권은 이제 소모적인 논의를 더 끌지 말고 개악 시도를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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