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다
야간 근무 택시 운짱들이 한껀 하는날이다.
나도 한껀 해 보겠다고 덤벼들었다.
악다구리같이 덤벼드는 빈 택시들
술집앞마다 수십대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빈 택시의 진풍경
강남역 강남대로는 완전히 빈 택시의 주차장이다.
아 - 먹고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시작한지 4시간 밤 9시
겨우 30000 원을 올렸다.
시간당 10000 원이 기준인데 그래야 사납금을 채우는데
이건 택도 없다
성질이나서 그냥 미친듯이 뺑뺑돌고 있는데
강남대로 교보빌딩 앞에서 뚱뚱한 70대 초반의 할머니 2 분이 탔다.
어찌나 반갑던지 엎드려서 절을 하고 싶었다.
사당동 삼성 래미안으로 가잔다.
제법 사는 할머니들 같았다.
말씨도 교양있어뵈고 유식해 보였다.
왕년에 대학 교수쯤 하신 분들 같았다.
" 빨갱이가 뭔지도 모르는 것들이 정치를 한다고 깝작대는 꼴이라니 기사양반은 빨갱이를 아시유 ? "
그 들의 말투는 이북 사투리가 강한 억양으로 닥아왔다.
" 저도 잘 모르는데요 "
" 내가 이북서 아버지하고 어머니하고 내 나이 18살에 이남으로 넘어왔시요 "
" 고생하셨겠습니다 "
" 그런 고생은 고생이 아니라요 "
" 그럼 무슨 고생을 당하셨어요 ?"
" 내가 17살에 공산당들이 반동분자 숙청한다고 우리 외삼촌 내외를 붙들어서
동네사람들 다 모아놓고 나무에 붙들어 맨후에 그때나이 30대 중반이었던 외
숙모를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발가벗기고 젖을 칼로 잘라내고 눈알을 빼내고 그리고 그 걸레같은 육신을 가족에게 내 던졌소 "
" 설마 그랬을라구요 빨갱이도 인간인데 "
" 기사양반 무얼 모르는구만 내가 17살에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소
결국 외숙모는 그날밤 숨을 거두었어 외삼촌은 죽창으로 수십군데 찔려서 그자리에서 죽었고 "
" 무슨 잘못을 했길래.... "
" 잘한건 없었지 일제시대에 외삼촌이 일본 순사였었고 수백마지기 농토를 가지고 있던 지주였으니까 "
" 그럼.. 친일파에 악덕 브르죠아였네요 "
"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 어떻게 생사람의 젖을 도려내고 눈알을 뺀단 말인가 ?"
" 원한이 사무친 모양이지요 "
" 당신 은 원한이 사무친다고 공개 석상에서 여인을 발가벗기고 젖을 도려내고 눈일 뺄수 있소 ? "
자칫하면 내가 빨갱이를 두둔하는 형상이되어서 오해를 할 것같았다.
" 아니지요 그 말씀이 마치 요즈음 친일 청산한다고 설치는 무리들하고 하도 비슷해서요 "
" 그놈들 다 빨갱이라 아 암 빨갱이들이지 "
그 할머니들은 산비탈을 한참 올라간 삼성 래미안에서 내렸다.
그 할머니들을 내려놓고 나는 뒷맛이 몹시 씁쓸하였다.
친일파 후손의 재산을 몰수한다고 설치는 그들이
바로 젖을 도려내고 눈알을 빼내는 그런 무리들이나 아닌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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