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호 논단/
盧武鉉 정부 출범 이후 北韓의 對南 전략전술
유 동 열
(대북전략연구소 전문위원)
筆者 略歷
경기대 법정대 행정학과 졸업(행정학사)/
중앙대 대학원 행정학과 졸업(행정학석사)/
미국 센트럴대(명예 정치학박사)/
북한학회 이사/ 한국정책과학학회 이사/
대검찰청 민주이념연구소 자문위원
(現) 대북전략연구소 전문위원/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경찰대 경찰수사보안연수소,
법무연수원 등 출강
著書
한국좌익운동의 역사와 현실/
한국좌익학생운동의 이론과 실제/
북한 대사전/
북한총람/ 북한의 대남전략 외 다수
북한은 정권 수립 이후 지난 55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상당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유독 변화하지 않고 일관되게 견지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의 대남전략 영역이었다.
노무현정부 출범 이후 북한은 대남전략전술을 어떻게 구사하고 있는가? 과연 북한의 대남전략 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러한 문제를 점검해 보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북한의 대남전략 체계
북한의 대남전략이란 북한의 정권목표인 ‘전한반도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 실현’(일명 전조선혁명)을 위해 남한을 향해 전개하는 모든 실천적인 행동지침을 말한다. 북한은 비합법영역의 간첩침투공작 뿐만 아니라 합법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남북경협, 학술, 문화, 종교 및 북한관광 등 민간차원의 남북교류(정확히 말하면 남한민간단체와 북한당국과의 교류임)도 이를 단순한 민간차원의 접촉으로 보지 않고, 이를 통해 대남전략적 관점에서 어떠한 편익을 도모할 수 있느냐를 충분히 검토하여 대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의 대남전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북한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결국 김정일이 통치하는 북한 조선로동당세력의 행동방식과 향후 활동양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전략관은 조선로동당 규약전문에 “조선로동당의 당면 목적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혁명 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목적은 온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데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는데서 잘 나타나 있다.
북한의 전조선혁명은
1단계: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전략(남조선혁명) 단계와 2단계(최종목표): 남북합작을 통한 사회주의혁명전략 단계(전조선혁명)로 구분된다.
이른바 남조선혁명전략인 1단계의 ‘민족해방 인민민주주의혁명(NLPDR)전략’은 1970년 11월 소집된 제5차 조선로동당대회시 채택된 전략이다.
이 전략은 북한이 남한사회를 미국에 정치,경제,사회, 문화 및 군사적으로 종속되어 있는 식민지사회로, 남한정부를 미제의 식민지 대리통치정권(또는 친미파쇼정권) 등으로 인식하고 있는데서 부터 출발한다.
‘민족해방’이란 남한혁명을 위해선 먼저 남한사회의 실질적인 지배자라는 미제국주의(주한미군 및 미 대사관 관료)를 남한땅에서 축출하고 남한민족의 해방을 이룬다는 의미이며, ‘인민민주주의혁명’이란 미제의 대리통치정권이며 독재정권인 남한정권을 남한인민의 힘으로 타도하고 민족자주정권이라는 인민정권(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정권)을 수립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민족해방은 ‘미제축출=주한미군 철수’를, 인민민주주의혁명은 ‘현정권 타도 후 인민정권 수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대남투쟁의 3대 과제와 목표로 자주(반미자주화), 민주(반파쇼민주화), 통일(연방제 조국통일투쟁)을 설정하고, 이의 투쟁을 선동해 오고 있다.
이어 북한은 2단계로 남북합작에 의한 사회주의혁명을 진행시킨다.
북한은 남북합작의 방법으로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을 들고 있는데, ‘평화적 방법’이란 연방제통일을, ‘비평화적 방법’이란 전쟁에 의한 무력통일을 의미한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점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합작 즉 연방제통일은 ‘미제축출과 정권타도’라는 남한내부의 혁명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며 결코 평화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연방제통일의 대상이 현 남한정부가 아니라, 현정권을 타도하고 들어서는 인민정권(용공정권)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북한의 연방제통일방안을 현 남북정권 간의 합의에 의한 평화통일방안으로 이해하는 풍조는 아주 잘못된 인식인 것이다.
북한은 적화통일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른바 3대(북한, 남한, 국제)혁명역량 강화노선을 설정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대남공작기구(대외연락부, 통일전선부, 35호실, 작전부 및 인민무력부 정찰국)를 운영해 오며 정례적인 대남스파이공작을 합법, 비합법, 반(半)합법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전개해 오고 있다.
6·15 이후 변화된 대남전략 수행의 우선순위
북한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을 통해, 종래의 대남전략노선 중 남북합작 방법의 우선순위를 변경하였다. 북한은 대남적화전략의 수행방도로
①전쟁을 통한 무력적화 통일방식인 ‘비평화적 방도’와
②연방제통일 등과 같이 형식상 평화통일방식인 ‘평화적 방도’를 병행 구사하여 왔다.
그러나 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대남전략 수행의 우선순위를 다음과 같이 전환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종래의
①‘비평화적 방도’(전쟁유형)에 의한 적화통일
②평화적 방도(연방제통일)에 의한 적화통일 순위에서, 변화된 남북정세에 편승하여
①이른바 ‘평화적 방도’(연방제통일)에 의한 적화통일을 우선시하며, 이것이 용이치 않을시
②비평화적 방도에 의한 적화통일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우선순위를 변경하였다.
이의 근거는 6·15 공동선언의 제2항이다. 여기서 남북한은 “남측의 연합제안와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서로 공통성을 인정하고 이런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하겠다”고 명시했다.
이제까지 북한은 역대 한국정부를 전술적으로만 대화(타협)의 상대로 간주하고 예외없이 전략적으로는 타도의 대상으로 설정했으나, 6·15 공동선언 2항에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절충’을 명시한 것은 북한이 역대정부와는 달리 김대중정부를 전략적 대화(타협)상대로 인정한 것이라 평가된다.
이는 김대중정부가 출범이후 대북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전개하면서 북한당국에 대한 우호적 시각과 정치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북한을 배려하는 정책을 실행한데서 기인한다
북한은 종래의 연방제(높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개념을 분리하여 김대중정부와 연방제통일의 길을 모색하려고 시도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 ‘평화적 방도에 의한 적화통일’달성이 용이하지 않으면, 북한은 과감히 대남전략 수행의 우선순위를 현재의 ‘평화적 전도’에서 ‘비평화적 전도에 의한 적화통일 달성’으로 전환할 것이다.
최근 북한 대남전략전술 평가
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①한국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방중상공세 중단
②분야별 남북교류의 대폭 확대허용
③8차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 및 서신교환
④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⑤금강산 육로관광 및 평양관광 실시
⑥난수표 간첩방송(A3지령) 및 대남흑색방송인 구국의 소리방송(한민전방송) 중단
⑦부산 아시안게임 및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선수 및 응원단 파견
⑧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태 에 대한 남북역사학자 공동대응(2001. 3),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지(2003) 등 국제사회에서 남북협력 공조 둥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전의 대남적대노선에서 대남유화노선으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은 변화되지 않은 채 기본적으로 견지되고 있으며 전술적 차원에서만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6·15 공동선언으로 조성된 화해분위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합법적 영역에서의 공작에 주력하며 합법-비합법 전술의 배합과 대남강경-온건노선의 배합을 구사해오고 있다.
이를 정리하여 그 근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무현정부에 대한 북한의 이중적 태도이다.
북한은 노무현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노대통령의 개인에 대한 비방중상은 공식매체를 통해서는 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6·15 공동선언 이후 김대중정부에게 보여준 우호적 대남인식을 노무현정부에도 지속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현정부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하여 ‘평화번영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또한 현정부의 우호적인 대북인식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정부를 ‘남조선당국’, ‘남조선 집권층’이라 지칭하며 특정사안을 문제삼아 여전히 비방중상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는 언뜻보면 북한당국이 노무현대통령 개인과 한국정부을 분리하여 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한국정부에 대한 인식에 본질적 변화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
둘째, 변함없는 북한의 대남선동 공세이다.
북한은 6·15공동선언의 이행, 실천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의 대북강경정책 분쇄, 북미불가침조약 체결, 주한미군 철수, 반미반전, 국보법 철폐, 주적론 폐지, 한총련-범민련 합법화, 반통일우익세력 척결, 외세공세 배격-민족공조 실현” 등 상투적인 대남선동공세를 전개하며 국내 친북좌파권의 투쟁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대남전용방송인 <평양방송>의 김일성대학 강좌 등을 통해 남조선혁명을 선동하는 혁명학습을 계속 진행시키고 있다.
셋째, 연방제통일의 정당성과 이의 실현을 일관되게 선동하고 있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제2항을 남한당국이 연방제통일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장차 높은 단계 연방제로 나가는데 합의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정권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는 6·15 공동선언의 ‘연합-연방 절충정신’을 부정시하고 일방적으로 북한의 연방제통일방안을 정당화하고 선전하는 행위로 북한당국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사례이다.
넷째, 통일전선공작의 지속적 구사이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조성된 합법공간에 편승해 각 분야의 남북교류를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방북자들을 대상으로 ‘영향공작’(Influencial Operation) 등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민족대단결과 민족공조’를 내세우며 친북통일전선체를 구축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2001년 8월 15일 평양에서 개최된 이른바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은 이의 극치였다.
다섯째, 공격형 군사배치 견지, 핵개발 등 군비증강 지속 추진과 선군정치노선의 천명이다.
북한은 남북정상회담으로 조성된 화해분위기에 아랑곳 없이
▲2000년 여름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으며(지난 10년간 최대규모라고 평가됨)
▲북한전체 군사력의 68%를 휴전선 근처에 전진배치하고 있고
▲미사일갱도진지를 구축했으며
▲240mm 방사포(사정거리 72km) 등을 전방에 추가배치하고 MIG 21기를 실전배치하는 등 여전히 군비증강에 주력하고 있다.
2002년 10월 미국 부시대통령의 켈리특사의 방북시 밝혀진 북한의 핵개발 재개사실은 한반도비핵화선언, 남북기본합의서, 미북 제네바합의서, IAEA의 핵안전협정 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진정 남북화해와 인류평화를 지향한다면, 핵개발을 중지하고 군사력의 전진배치를 전후방으로 균형배치하고, 군사훈련이나 군비증강을 감소하여 화해의지를 보여주어야 하나 실제 북한은 선군노선을 강조하며 반대로 대결지향적인 구도로 나아가고 있다.
여섯째, 북한의 제한적 무력도발 자행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에도 북한은 북한상선의 제주영해 무단통과(2001. 6), 서해교전사건(2002. 6), 간헐적인 NLL무단 월경, DMZ 경비초소 발포 등 이러한 일련의 제한적인 군사도발을 자행한 바 있다.
이는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정부의 대응력과 사회교란을 획책하기 위해 북한이 계획적으로 자행한 사건으로 북한의 대남화해 진의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다.
일곱째, 변형된 간첩공작 지속전개이다.
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간첩지령방송인 A3통신을 중단한 대신, 다른 방식의 간첩통신을 계속 행하는 등 대남간첩공작을 정교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는
▲변형된 A3지령(편지낭독 형식) 하달
▲기존 무전기의 통신 주파수대가 아닌, 타 주파수로 통신
▲인테넷을 활용한 사이버 간첩통신
▲합법적 남북교류를 통한 간첩활동 등으로 나타난다.
실제 북한은 6·15이후 조성된 남북화해 분위기에 적극 편승 비합법공작과 병행하여 합법영역에서의 공작에 치중하고 있으며,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확보된 자료를 활용한 緣故線 공작, 직접침투에서 우회침투공작을 강화하는 변화된 공작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끝으로, 북한의 변함없는 사회주의 승리의지 표명이다.
북한은 ‘온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건설’을 명시한 조선로동당 규약을 아직까지 수정하지 않은 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각종 담화문과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식 사회주의 승리의 필연성과 주체혁명 위업 완성’을 통한 강성대국의 건설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며 공산주의혁명 승리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대남적화전략이 변하지 않은채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향후 전망
향후 북한의 대남전략은 주체사상에 기반한 김정일정권이 건재하는 한 그 속성상 적화통일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는 결코 변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정부가 김대중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발전시킨 평화번영정책을 전개하며 북한에 대해 온갖 우호적인 정책배려를 한다고 해서 북한의 대남전략에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우리의 ‘기약없는 짝사랑’에 불과하다. 다만 북한이 전술적 차원에서 다양한 변화를 구사할 것이다.
향후 전술적 차원에서 볼때, 북한 김정일정권의 대남정책노선은 크게 세가지 유형,
①대남강경노선으로 회귀
②대남유화노선 지속
③대남유화-강경노선 배합구사 등으로 요약된다.
이중 북한은 남북간에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무현정부 임기내에는 ‘대남강경-온건노선 배합전술’을 취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 근거는 첫째, 노무현정부가 대북정책의 기조로 햇볕정책을 발전시킨 평화번영정책을 계속 전개할 것이며 또한 북한도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며 둘째, 북한의 핵문제가 국제사회에 공론화된 상황에서 미국 과의 한판승부(?)를 앞두고 이른바 ‘민족공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도 현정부와의 적절한 수준에서의 관계 유지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6·15 공동선언 이후 보여준 대남유화노선을 철회하지 않고 유보하며, 국내외 정세를 관망하면서 대남강경-유화의 수준을 결정하고 현정부의 대북정책 구도를 시험하며 노무현정부를 압박하여 북한의 실리를 추구하려는 대남유화 -강경 배합전술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북한은 남한혁명역량 강화차원에서 현정권과의 관계개선 여부에 상관없이 전형적인 대남전술과 공작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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