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토론방에 ‘흩어져야 산다’님이 작성한 글(4.26. 02:00)입니다.
국민의 정부에 이어 참여 정부가 들어선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변화의 양상들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보자면 '이전과는 다르다'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말은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전과는 정반대로'라고 봐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컨데 정치지형에서 예전의 비주류가 지금은 주류가 되는 것이라든지, 국토발전에서 전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지방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지향하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남북분단이나 동서분열처럼 나뉘어진 것들은 봉합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전하면서 지나치게 뭉쳐 있던 것들은 고르게 분산시키는 과정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의 흐름을 무조건 과거와 정반대의 가치와 목표를 지향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일 겁니다.
그 실상은 오랜 세월 동안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향된 기형화 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과도기적 역편향이고 그 궁극적인 지향점도 또 다른 편향이 아닌 '분권과 균형 - 견제와 경쟁'의 상호공존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에 수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검찰 사이에 오가는 얘기들이 큰 흐름에서 어떤 식으로 결론 지어져야 하는지 어느 정도 분명한 답이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수사권 문제와 관련하여 경찰은 모든 수사의 90% 이상을 경찰이 담당하고 있는 현실 그대로를 법적으로 '현실화' 해달라고 주장하고 그 과정에서 권한의 직접적인 상충 대상인 검찰의 입장을 감안하여 '조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찰의 주장은 내용적으로 보면 수사권 이원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검찰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숫적 우위를 갖춘 경찰 권력의 비대화와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하며 반대를 합니다. 이것은 검찰에 의한 경찰 통제의 필요성에 촛점을 두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와 같은 검찰의 주장은 내용적으로 보면 수사권의 독점을 지속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도 경찰도 아닌, 국민 또는 제3의 객관적인 입장에서 볼 때, 수사권 문제에 대한 주장은 경찰의 견해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냥 그럴 때도 되었거니...' 혹은 '아마 그럴수도 있겠거니...' 하는 수준에서 옳다는 것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경찰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그르고를 떠나 검찰 개혁의 관점에서 볼 때 더더욱 그러합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80년대 5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검찰은 대통령부터 입법, 사법, 행정에 이르는 우리 사회 모든 공조직들이 분권화-개방화 되어온 것과는 정반대로 권한이 독점화-폐쇄화 되는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강화되어 왔습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주면서 단순히 행정부에 소속된 기관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그 어떤 권력자나 조직도 감히 침해하기 어려운 무소불위, 신성불가침의 배타적 치외법권 조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은 종종 스스로를 행정기관이 아닌 준사법기관이라 칭합니다. 본래 이 말은 행정부를 대표하여 법원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사법 기능과 역할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것조차 사법부 역할도 하고 행정권력도 갖는 '범사법기관' 차원으로 행사하려고 합니다.
이런 검찰의 비대한 현실은 '권한'이 아닌 '권력'의 수준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고 다른 국가조직에서는 꿈에도 말하기 힘든, '독점주의'이니 '편의주의'니 하는 말을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공공연히 천명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지금 그들이 갖고 있는 권력은 그냥 권력이 아닌 '독점권력'입니다. 또한 독점도 그냥 독점이 아닌 기소독점, 수사독점이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편의와 재량'으로 보장된 '독과점'입니다.
게다가 이런 권력의 독과점이 검사 개개인으로 흩어져 있다면 그나마 검사 상호간의 감시와 견제라도 기대해볼만 하겠지만, 검찰 개혁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항상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는 '검사동일체'라는 괴이한 상명하복체제는 봉건사회의 내부적 결속력을 능가하는 집단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서 자신들의 권력을 해체하려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이고 뭐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떼거리로 들고 일어나 완강한 저항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이런 합법적으로 구조화 된 검찰의 집단적 권력 독과점이야 말로 임기라는 제한된 조건 속의 선출직도 아닌 임명직 공무원 조직으로서 사실상 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가공할 검찰파쇼, 그 자체입니다.
이런 점은 우리가 여러 국가기관들을 놓고, 어느 기관이 잘못하면 어떤 기관이 조사하거나 처벌한다는 식의 생각을 하면서도 검찰이 잘못하면 누가 손을 대는가 하는 지점에서만큼은 갑자기 생각이 막히는 현실을 생각해보면 쉽게 상상이 가는 부분입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경찰이 수사권을 거론할 때마다 검찰은 말합니다.
"(그렇지 않아도)거대한 경찰 조직에 수사권까지 주면 비대한 권력기관으로 된다'고.
그러나 그런 식으로 얘기하자면, 본래 갖고 있는 막강한 권력에 더하여 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경찰 조직을 사실상의 하위 조직으로 통제하여 종속하고 있는 검찰은 도대체 얼마나 더 큰 권력 조직이라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경찰 수사권 얘기가 나올 때마다 검찰은 말합니다.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막으려면 검찰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기타 어쩌구 저쩌구...
그러나 하나같이 다 겉과 속이 다른 유치한 핑계들에 불과합니다.
민주화가 만개된 오늘 날, 파출소에서 취객에게 얻어맞고 검거 현장에서 범죄의 흉기에 다치고 죽어간 경찰은 한, 둘이 아닌 반면에, 검찰청에서 조사받던 피의자가 맞아 죽고 검찰청에만 들어갔다 오면 한강다리에서 투신하는 사람이 속출하던 현실에서 누가 누구의 인권 침해를 통제한다는 얘깁니까?
기본적으로 경-검 간의 수사권 문제는 그 자체로 권력과 권한의 분점에 관한 문제이지 인권 문제와 직결해서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또한 경찰이든 검찰이든, 인권보호가 중요하다 하나 그 대상은 피해자와 다수 국민이지 범죄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피해자와 다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범죄(자)의 인권을 철저히 통제하고 제한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인권 문제의 개선은 '수사권의 분권과 균형을 통한 상호 견제와 경쟁' 속에서 누가 더 국민들에게 지지와 신뢰를 얻는가 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검찰은 주체할 수 없이 싸안고 있던 그들의 거대 권력의 상당 부분을 내어 놓으라는 심각한 도전(?)을 곳곳에서 받고 있습니다.
그 한편에는 공판중심주의라는 법원으로부터의 도전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수사권 현실화라는 경찰로부터의 도전이 있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고비처라는 전혀 새로운 도전까지 밀려오고 있습니다.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은 지금까지 검찰이 조서만 꾸미면 그대로 증거로 인정되던 관행에 안주하여 재판의 결과를 좌우하던 안락한 현실이 없어지게 됨은 물론, 상대해야 할 대상이 피고, 판사, 변호사에다가 배심원이나 참심원까지 더해지면서 노심초사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면 자칫 법정에서 판판이 깨져나가는 무능력한 실체가 적나라 하게 드러나는 것을 의미하고,
경찰의 수사권 현실화와 분점은 인권도 그 무엇도 문제가 아니라 경찰이 뭐빠지게 만들어 놓으면 그 위에서 자기가 다 한 것인양 마음껏 생색내고 구가하던 수사력의 90%가 제자리 찾아 독립됨으로써 자력갱생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함을 의미함은 물론 자칫 경찰의 수사 대상으로 검찰이 오르내리는 도저히 상상하기도 싫은 악몽같은 현실이 닥쳐옴을 의미하며,
고비처는 이보다 한술 더떠서 관행처럼 묵인되던 자신들의 비리에 정면으로 칼을 들이대는 것만 전담하고자 출범한 막강한 사정기관이 자신들의 등 뒤에 버티고 서는 현실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현실들이 검찰로 하여금 수사권을 포기하기는 커녕 그것을 경찰과 나눠 갖는 것조차 완강히 반대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나름대로 절박한 이유이자 실질적인 배경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들이 입만 열면 떠들어대는 인권 보호니, 경찰권의 비대화니, 심지어 경찰이 무력을 갖고 있어서 자신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식의 코메디 같은 반론들은 한 마디로 소도 웃을 얘기들입니다.
그들이 국민의 인권을 빙자해서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실체는 단지 자신들의 달콤한 권력일 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2년 몇 개월 전쯤, 저는 만인이 듣고 보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대한민국 검사, 그들에게 분명히 말했습니다.
"검찰은 산산히 부셔져야 합니다"
이제 그 빅뱅의 균열은 시작되었고, 그 한 축에 경찰의 수사권 회복이 자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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