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를 포함한 대학 교육의 '대학 자율권'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서울대가 대립하던 상황에 다른 국공립대 교수들이 가세하면서 정부와 국공립대 전체의 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갈등은 두 갈래다.
하나는 2008년도 서울대 입시안이다. 정운찬 총장은 18일 서울대 입시안을 종전 방침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대학 입시는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그는 이날 기업체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좋은 원자재를 가져야 좋은 제품이 나오는데 정부가 하자는 것은 원자재의 질을 따지지 말고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정부가 고교 평준화와 비슷하게 대학도 평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또 세계적인 무한경쟁 속에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독특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출 필요가 있고 대학은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이 같은 인력을 키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 회장도 한 사람이 5만 명, 10만 명을 먹여살리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공립대 교수들도 "서울대의 입시안은 정부의 3불 정책의 틀 안에서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침해"(김송희 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라고 힘을 실어줬다. 국교련은 유사한 정부의 간섭이 있을 경우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말로 예정된 교육부의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이 어떤 형태로 제시되느냐에 따라 국공립대를 중심으로 현재의 '논술 파문'이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뇌관'은 총장 선거 관리를 강제적으로 중앙선관위에 위탁하도록 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과 국공립대 법인화 계획이다. 이 문제 역시 양측의 입장이 명확히 갈린다.
총장 선거의 선관위 위탁에 대해 국공립대 교수들은 대학의 자치와 자율,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개악 입법이라고 보는 반면, 교육부는 혼탁한 직선제 총장 선거 풍토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제도 개편이라고 주장한다.
국립대 법인화에 대해서도 "정부의 지원 감소로 국공립대 등록금이 사립대 수준으로 인상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교수들 주장과 "국공립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법인화로 가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맞선다. 일각에선 국공립대 교수들의 법인화 반대가 공무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 등에 따른 집단 이기주의에서 나온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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