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은 주먹질 싸움꾼이었다^^
"어쭈, 오늘 좋은 날인가 보네, 꽃다발까지 들고"
"야, 부럽다. 나도 꽃다발 한 번 받아보면 소원이 없겠다"
불량배들에 휩싸여 희롱을 당하는 남녀는 얼굴에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나와 내 친구는 참지 못하고 끼여들었다.
"아니, 왜 가만있는 사람들한테 시비를 걸고 그러십니까?"
"넌 또 뭐하는 놈이야?"
....................................................
몇 차례 주먹질이 정신없이 오간 뒤 싸움은 모여든 행인들이 뜯어
말려 중단되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부터 내 코가 퉁퉁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코주부 코보다도 빨갛고 커다랗게 부풀어올랐다. 나는
부모님께 친구들과 운동을 하다가 다쳤노라고 둘러대고 통증을 참느라
한동안 홍역을 치렀다. 물론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내 코뼈는 그때
아마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가 조금씩 조금씩 엉겨붙었던 모양이다.
...................................................
수술을 끝내고 그때 일을 회상하면서 나는 묘한 감회를 느꼈다.
어쩌면 내 삶은 그때부터 줄곧 비슷한 길을 걸어오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모른척 지나가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을 일들에
끼여들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애쓰고. 그러다가 상처를
입기도 하고........
하지만 그게 잘못된 삶이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하다가 입은 상처는 모른척 지나간 다음에 남게되는 가슴속의
상처보다는 훨씬 덜 아플 것이다.
이회창 著 '아름다운 원칙'에서
2005. 10. 3
- 이회창을 사랑하는 사람 이고고 올림 -
175972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