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몸통이 아니라면 더 심각한 문제다
나는 지난 13일 요즘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신정아사건’의 몸통은 노무현 대통령일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글을 올린 일이 있다. 비록 구체적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누가 보더라도 신정아사건의 몸통은 노 대통령일 수밖에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그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그래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 쪽 곧 청와대는 나의 그런 주장에 대해 “악의에 찬 상상”이니 “대꾸할 가치도 없다”느니, 심지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느니 하면서 노 대통령이 ‘신정아사건’의 몸통임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말이 안 되는 부인이지만, 당사자인 노 대통령이 부인하고 있고 달리 그것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으니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노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노 대통령이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아닌데도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노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지금까지 드러내 보인 바와 같은 언행을 했다면 이것은 노 대통령이 ‘신정아사건’의 몸통이어서 이런저런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언행을 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너무나 무능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즉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람들에게 국정을 맡겨 두는 것은 부도덕한 사람들에게 국정을 맡겨두는 것에 못지않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노 대통령이 아닌데도 청와대와 검찰, 그리고 노 대통령과 부인 권 여사가 지금까지 드러낸 바와 같은 언행을 했다면 왜 더 심각한 문제인지를 밝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바보 같은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란다.
첫째, 노 대통령이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아니어서 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변양균 정책실장을 조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나 종용을 하지 않았는데도 민정수석실이 변 실장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진이 무능해도 보통 무능한 것이 아니어서 차라리 노 대통령이 이 사건의 몸통이어서 조사하지 않은 것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는 더 불행한 일이겠기 때문이다.
변 실장을 조사해야 할 만한 상당한 혐의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거나 시일이 하루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조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으나 시일이 40여일이 지났고 또 연일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하는데도 민정수석실이 무능해서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노 대통령이 몸통이어서 조사하지 않은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둘째, 검찰도 마찬가지다.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노 대통령이고, 그래서 노 대통령 쪽의 압력이 있어서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결코 옳은 일은 아니지만 그 이유라도 알 수 있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데도 검찰이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면 이것은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이 너무 무능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신정아 씨가 컴퓨터에 저장된 이메일을 알 수 없도록 컴퓨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렸든가 파손해버렸다면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검찰이 정말로 무능해서 그런 것이라면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검찰은 변양균 씨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포기한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이미 증거인멸이 이뤄졌을 가능서이 높아 압수수색의 실효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는데, 증거인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이 줘놓고서 이제 와서 증거인멸을 했을 가능성이 있어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포기한다고 하니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로서는 이미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는데도 법원이 이를 기각해서 압수수색을 할 수 없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것도 말이 안 된다. 법원의 영장 기각이 잘못이었다면 즉시 다시 영장을 신청했어야 한다. 결국 법원과 검찰이 역할을 분담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변 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회피한 것으로 보이는데, 만약 그렇지 않고 검찰이 무능해서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이라면 이것은 노 대통령이 이 사건의 몸통이어서 고의로 변 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회피한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노 대통령은 지난 11일 변양균 정책실장이 신정아 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그녀를 비호해왔다는 보고를 받고 변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정책실장의) 신분을 유지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사표를 수리하는 정도가 아니라 파면을 해도 시원찮을 사람에 대해 “신분을 유지할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있으니 사표를 수리하라”고 말하는 것은 엄청난 저자세가 아닐 수 없는 바, 대통령이 이런 저자세를 취하고서는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겠기 때문이다.
국정농단과 불륜관계는 차치하고라도 노 대통령 자신이 변양균 실장에 대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한 일로 엄청난 궁지에 몰리게 되었는데도 ‘사표를 수리하고 싶지 않지만 조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수리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저자세이다. 즉 노 대통령이 변양균 실장에게 크게 발목 잡힌 일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정아사건’의 몸통은 노 대통령이고 변 실장은 단순히 심부름을 한 정도에 그칠 때나 취할 수 있는 행동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데도 노 대통령이 그런 저자세를 취했다면 노 대통령은 예수나 석가보다 더 너그러운 성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불의와 거짓에 대해 분노하면서 이를 엄히 다스려야 할 대통령으로서는 적합하지 못하다.
넷째, 만약 노 대통령이 신정아사건의 몸통이 아니어서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가 이 사건을 무마하는 일에 나설 필요가 없었는데도 권 여사가 변양균 실장의 부인 박모 씨를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했다면 노 대통령 부부는 물론 청와대 참모진 모두가 아무런 판단능력이 없는 사람들임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단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겠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발표에 의하면 권 여사는 변 실장의 부인 박 씨가 마음 아파할 것 같아서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만났다고 하나, 이것은 사실일 수가 없거니와 설사 이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국민적 의혹이 집중되어 있는 사건의 당사자 부인을 대통령 부인이 청와대로 초청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런데 권 여사가 변 씨 부인 박 씨를 위로하기 위해 만났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니, 박 씨는 자기 남편을 신정아 씨와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이 오찬이 있은 다음 날 언론 인터부에서 “남편을 믿는다. 남편은 존경스럽고 교과서적으로 살았다. 나는 우리 남편을 믿지 아무 것도 안 믿는다”고 말했다 한다. 즉 자기 남편이 신정아 씨와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 듯이 말해지고 있으나 자기는 그것을 믿지 않고 자기 남편이 한 말 곧 ‘신정아 씨와 불륜관계를 맺은 일이 없다’고 한 말을 믿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 여사가 변양균 씨와 신정아 씨가 불륜관계를 맺어 변 씨 부인 박 씨가 마음 아파할 것 같아서 위로하기 위해 청와대로 불러 점심을 대접했다고 하는 것은 박 씨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 된다. 박 씨는 자기 남편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말이다. 박 씨로서는 위로받아야 할 일 곧 남편의 불륜관계가 없는데 공연히 권 여사가 나서서 변 씨 부인을 위로한답시고 변 씨 부인에게 남편의 불륜관계를 확인시켜 엄청난 상처를 입힌 것이다.
그러면 과연 권 여사는 변 씨 부인 박 씨를 위로하기 위해서 만났을까? 전혀 그럴 수가 없다. 변양균 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그것에 대해 변 씨 부인 박 씨가 부인할 수 없도록 협박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닐 수 없다. 박 씨가 ‘이 사건의 몸통은 자기 남편이 아니라 노 대통령’임을 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난 것이 틀림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 남편을 믿는다는 사람을 불러다가 힐러리 여사를 빗대어 변 씨와 신 씨의 불륜관계를 확인시키고 있으니 이것은 그야말로 협박이 아닐 수 없다.
변양균 씨 부인 박 씨는 자기 남편이 결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대통령 부인이 나서서 자기 남편더러 신정아 씨와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말하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이런 점에서 권 여사는 ‘여자의 자존심’ 같은 것은 깡그리 무시한 채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다른 여성을 너무나 마음 아프게 한 것이 아닐 수 없으니 잔인하기 그지없다. 결국 박 씨는 위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엄청난 협박을 받은 것이고, 그리고 인격적 모욕을 당한 것이다.
비록 신정아 씨의 컴퓨터에서 신 씨와 변 씨가 주고받은 연애편지 같은 이메일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확인된 상태는 아니다. 그래서 변 씨와 신 씨가 불륜관계를 맺은 것으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신정아 씨가 변 씨와의 불륜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니 더욱더 단정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 부인이 남의 남편에 대해 불륜관계를 맺었다고 단정하고 위로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협박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위로도 위로 나름이지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와 불륜관계를 맺은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언급하는 것은 위로가 아님은 물론 예의도 아니다. 그런 사실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주는 것이 위로이고 모르는 척하는 것이 예의이다. 본인이 부인하는 것을 그렇다고 단정하는 것은 협박이고 악의에 찬 매도일 뿐이다.
권여사의 온당치 못한 만남을 변명하기 위해 청와대는 ‘사람도리’와 ‘지도자론’까지 들먹이고 있으나 부질없는 일이다. 그런 변명이 오히려 노 대통령이 이 사건의 몸통임을 더 확신하게 할 뿐이다.
청와대는 이 사건에 대해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도할)깜도 안 된다’거나 ‘소설 같다’고 한 것도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이거니와 ‘할 말 없게 됐다’면서 마침내 대통령 부인까지 무마작업에 나서게 하고 있으니 보통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조기에 귀국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았던 신정아 씨를 급거 귀국케 해서 조사받게 하는 것도 청와대가 이 사건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를 말해 준다.
그런데 이미 드러날 수밖에 없는 진실을 덮으려 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이제 덮으려고 들면 들수록 국민적 의혹과 불신만 더 키울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사과할 일은 사과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을 져야 한다.
지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거의 전부가 다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 때문이다. 임기가 5개월도 안 남았는데 이러다가 임기 3,4개월을 남기고 물러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냉정을 되찾기를 바란다.*
2007.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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