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 공원 집회 참가 후기
글쓴이 : 윈드밀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2시까지는 집회장소에
도착하여 자원봉사라도 할 요량이었습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외국 손님이 갑자기 찾아와 한정
없이 시간을 끄는 바람에 상담도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빨리 황교수님 지지 집회에 참석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가시방석같던 자리를 박차고 협의는 내일 다시 재개
하자는 일방적인 통고만 남기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지난 집회에 참석한 딸아이가 친구까지 꼬드겨
함께 집회에 참석하기로 하고 점심도 그런 체 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없는지라 오늘은 날씨가 좀 추울 것 같았지만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양복차림으로 집을 나섰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 짜장면 한 그릇씩을 사 먹이고
오늘 집회에는 분위기로 봐서 상당히 많은 분들이
참석하리라 내심 큰 기대를 하고 약간은 상기된 기분
으로 종로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버스 안에서의 젊은 남,녀 학생들은 세사에 관심은 전혀
없다는 듯 그들만의 화제에 몰두 해 있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저의 심정은 저들은 과연 황우석박사님에
대해 일말의 관심이라도 있을까 하는 의문 뿐이었습니다.
3시 40분 경 이미 종로3가에서부터 황지연이름으로 된
신문을 나누어 주시는 두 분 과 탑골 공원 어귀에서 신문
을 나누어 주시는 분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으로 현장에
도착하니 순간 약간은 당혹했습니다.
너무도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집회에서 뵌 듯한 아주머니들께서 초를 만들고 계셨고
이름은 들어 봐서 아는 당당하고 자신 만만해 보이는
추설님, 준수한 용모만큼이나 의지도 강해 보인 휠체어를
타고 강화에서 오신 갈구님, 사람 좋아 보이는 근위대장님,
이름은 모르지만 안면은 있는 여러 남자분들 등등.
사람들이 너무 없어서 걱정이라는 딸아이의 말을 듣고 저으기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안면은 있어 보였지만 서로 수인사를 나눈 적이 없기에
식이 진행 될 때가지 솔직히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한
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약속 된 네 시가 넘어도 식은 시작되지 않고 사람들도 많이
오지 않자 내심 불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 보는데 오늘은
유난히 점잖은 신사분들이 많았습니다.
영풍문고에서 책을 사고 집회 장소에 오신 것 같은 가족,
두 딸과 아들을 데리고 I ♡ H 를 마스크에 하고서 집회
에 참석한 한 없이 금슬 좋아 보이는 부부, 분명 경로
우대권으로 전철을 타셨을 듯한 노신사분, 지난 주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생인 듯한 딸아이는 걸리고 이제 돌 남짓
한 아들은 엄마가 업고서 집회에 끝까지 참석해 보는 저로
하여금 가슴이 찡하게 만들었던 어느 젊은 부부, 결혼 생활
중 한 번이라도 부부싸움을 해 봤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닮아 보이는 중년의 부부, 평생 화 한 번 안내 봤을 듯 싶은
초기 탈모 증세를 보이시는 중년의 점잖다 못해 인자 해
보이는 신사분, 등등...
4시 40분에 이를 즈음 사회자님의 집회 시작을 알리는 방송
을 기점으로 텐트를 친 본부석 부근으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갈구님을 보시고 오늘도 오셨군요라는 사회자님의 첫마디와
옆사람과 인사를 나누자는 말씀과 함께 저는 선구자를 부르
자고 했지만 너무 무거운 노래이니 김수철씨의 젊은그대로
하자는 사회자님의 요청으로 분위기는 상당히 흥겨워 졌습니다.
이윽고 경쾌한 트롯풍의 황우석교수님 응원가가 나오자
사회자님이 팔짱을 끼라고 하시자 저는 옆에 계시던 묘령의
예쁜 숙녀분과 졸지에 팔짱을 끼게 되었습니다.
국민의례가 끝나고 추위에 입이 얼어 정확히 발음하기도
어려웠지만, 비장감이 넘치는 추설님의 성명서 낭독과
근위대장님의 구호제창을 마치고 촛불에 불을 부친 후
5시 20분 경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행진이 시작 되는 동안 주변 분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유모차를 몰고 집회에 참석한 젊은 부부, 행진 끝까지 어린
아이를 포대기에 싸서 안고 구호를 외치던 젊은 새댁,
콩나물값 100원이나 깍을 수 있을까 싶어 보이는 귀품있는
모습이었지만 조작위를 해체하고 MBC는 사실을 규명하라고
외치는 젊은이 못지않은 강단을 보이는 귀부인풍의 중년부인,
전 가족이 나와서 행진에 참석하는 듯한 단란해 보이는 가족,
엄마와 딸이 참석 해 마치 자매같이 단란한 모습을 보여 준
어느 모녀 두분, 친구끼리 참석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한
어느 숙녀분들,,, 등등.
일일이 사연을 열거키 어렵지만, 과연 무엇이, 누가, 왜
우리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했겠습니까?
단순한 애국심으로 정의하기에는 이 분들의 열정과 신념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제가 보건데 활화산 같은 열정과 바위보다 굳센 신념에
바탕한 믿음이었습니다.
이 믿음은 조국에 대한 믿음, 과학자 황우석에 대한 믿음,
인간 황우석에 대한 믿음, 최고 생명공학 한국에 대한 믿음,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고 느꼈습니다.
바이러스나 하품만 전염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열정와 신념과 믿음 역시 전염 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자칭 진보라는 자들은 난자기증을 일제 하 정신대에 비유하고
황박사님에 대한 지지를 집단 광기로 묘사했지만, 현장을 본
저는 그들이 얼마나 이 분들을 모독했고, 사태를 인식하는
안목이 부족한지 깨달았습니다.
그 곳에는 진보와 보수, 세대의 갈등, 빈부의 격차, 이념의
대립 등등 우리 사회의 부조화의 요소는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 없었습니다. 오직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장난기가 약간은 섞인 구호도 등장했는데,
"매국방송 MBC를 매각하여 연구기금 조성하자"
"노성일을 밀어주자 6.3빌딩 옥상에서"
"최승호를 올려놓자 지하철 철로위에"
"원천기술 부인하는 조작위는 자폭하라"
라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7시 경 정식 집회와 행진을 마치고 저는 두 딸아이와
함께 대열에서 이탈했습니다.
아직 딸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추위도 많이 느꼈고,
또한 딸아이 친구는 부모의 허락을 받고 집회에 참석
했지만 오래 동안 데리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너무 서두르다 보니 휴대전화를 두고 왔었는데
딸아이 친구집에 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빌려 주신
인자하고 한량없이 여유있어 보였던 어느 중후한 신사분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녁을 먹는 동안 저는 두 아이에게 오늘 만큼은 콜라를
마음껏 마시게 했습니다.
몇 시간 동안의 노고에 비하면 그 정도의 호사는 누려도
괜찮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랑스럽다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최소한 오늘 너희들은 먼 훗날 너희들 스스로를
되돌아 보았을 때 비주류도 아니었고, 주류도 아니었고,
너희들은 역사의 현장에서 당당한 역사의 주역이었으니까.
너희들 스스로가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187088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