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꽃으로 때려도 아픈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핏물이 배도록 100~200대의 매를 때렸다는 사실은 우리 교육 현장이 얼마나 전근대적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가를 단적으로 증언한다. 해당 교사는 “수능 100일을 앞두고 학생들의 정신자세를 가다듬으려 상징적으로 처벌한 게 도가 지나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맞은 학생이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육체적·정신적 상처를 입었음에도, “도가 지나쳤다”는 정도로 인식하는 게 바로 우리 학교의 체벌 문화다. 도가 지나친 것이 문제이지, 체벌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다. 성적을 위한 체벌이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을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체적 위해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복종케 하려는 군사문화의 유산에다가, 성적 제일주의가 겹쳐지면서 체벌이 왕성한 생명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에서 이뤄지는 체벌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다. 학생은 자위도, 구제의 수단도 마땅치 않은 수동의 지위에 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대한 절제된 체벌일지라도, 학생의 입장에서는 신체적 고통과 인격적 모멸감을 주기 십상이다. 그로 인한 내상은 권력의 폭력에 순응케 하고, 약자에 대한 폭력을 거리낌없게 하는 문화 인자를 낳는다. 체벌은 아무리 교육적일지라도, 이처럼 비교육적 요인을 내포한다. 기본적으로 꽃으로 때려도 아픈 것이고, 사랑의 매는 없는 법이다.
체벌의 문제가 등장할 때마다 교육부는 숱한 대책을 내놓았다. 현재의 체벌 규정은 체벌의 요건을 엄격히 하고, 학교장과 학부모 등의 협의회를 통해 요건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안이 시사하듯, 성적을 위해서라면 교사나 학부모 공히 체벌을 용인하는 상황에서 이런 규정은 사실상 광범위한 체벌을 보장하는 것이 된다. 이미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같은 체벌규정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제는 인신(人身)에 대한 천부인권의 차원에서 체벌을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 교육계에서 우려하는, 체벌 금지에 따른 교육현장의 문제는 다른 방법을 통해 보완할 수 있을 터이다. 체벌 없이도 건강한 공교육을 세우고 있는 교육선진국의 사례들이 교사가 될 것이다.
[경향신문 교육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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