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동차 수출 전진기지' 글로벌 수요 급감에 '휘청'

규슈에는 도요타·닛산·다이하쓰 등 일본 자동차회사의 수출기지가 밀집해 있다. 2006년 규슈 지역 자동차 생산량은 100만대를 넘어섰으며, 올해 생산량은 약 120만대로 한국의 연간 내수규모와 맞먹는다. 규슈의 자동차 생산은 2000년대 이후 지방정부의 공장유치 노력과 일본 제조업의 국내회귀 현상이 맞물리면서 지속적으로 늘었다. 지난 수년간 부품회사 50여 곳이 새로 들어섰고, 2005년 도요타가 23만대에서 43만대로, 2007년 다이하쓰가 25만대에서 48만대로 생산능력을 늘렸다.

규슈의 경우 해외수출이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최근 글로벌 판매가 급감하면서 곧바로 감산·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닛산 규슈공장이 내달부터 내년 3월까지 북미수출용 SUV인 로그와 무라노 3만7000대를 감산한다고 발표한 것은 지역경제에 큰 충격을 안겼다. 33년째 가동 중인 닛산 규슈공장은 올해 45만대 생산이 예정된 지역 내 최대규모의 공장으로, 수출비중이 80%에 달한다. 무라노·로그와 중형세단 티아나를 만드는 1공장 조립라인의 가와카미 고타로씨는 "이달 중순부터 자동차 공장들의 일감이 크게 줄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사흘 전 우리 공장까지 감산을 발표하면서 직원들끼리 고용불안과 수입감소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요타 규슈공장은 지난 8월부터 16% 감산에 들어갔으며,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서 판매 회복이 안 될 경우 추가 감산도 불가피한 상황.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의 생산거점인 이 공장은 생산량의 90%를 수출한다. 최근 북미시장의 렉서스 판매가 추락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 이 공장은 전체 종업원의 20%에 달하는 파견직 1950여명 가운데 이미 800여명을 해고했다.

◆생산성 향상 한계점에 도달… 수요 더 줄면 견디기 어려워

닛산 규슈공장은 일본 내 닛산 공장 가운데서도 생산성이 가장 뛰어나 '자동차 공장의 교과서'로 불린다. 2개 조립라인에서 8개 차종이 혼류생산(混類·여러 차종을 단일 조립라인에 생산)되고 있는데, 내달 11일 국내 출시되는 중소형 SUV 로그와 중형 SUV 무라노도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시간당 생산량은 60대로 업계 최고수준이며, 종업원의 작업 스피드도 한국의 현대·기아차 공장보다 훨씬 빠르다. 닛산 규슈공장은 종업원 4500명이 45만대를 생산하는 반면, 기아차 화성공장은 1만2000명이 40만대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엔화강세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외부 위기를 생산성을 높여 극복하는 것이 과거와 달리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루다케(필요한 만큼)'라는 말로 대표되는 이곳의 생산성 개선노력은 조립라인의 작업자 동선(動線) 하나하나까지 낭비요소를 제거한 수준. 이시카와 사토시 제1제조부장은 "부문별로 지난 수년간 20~80%씩 비용을 절감하는 등 생산성 향상의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금은 이런 노력으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