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무관심이란 것도 어중간하여 오히려 좌익 쪽을 관대하고 표현하고, 우파 쪽을 비판하는 식으로 처신함으로써 평상시에 좌파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간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물론 생업 등의 이유로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질 수 없는데다 단결되어 있지 않으므로 좌파 쪽의 극성스런 공격에 대응하기에 피곤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러한 어중간한 무관심과 관대함으로 인하여 촛불시위, 죽창시위 등이 발호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 이들을 처벌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중도성향이 최고의 안전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서로마제국 멸망 후 이탈리아 지역이 동고트족 지배하에 들어갔을 때, 이들의 통치방식이 야만인답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합리적이어서인지 본토인들에게 그다지 저항감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다고 한다.

어언 60년 동안 전쟁없이 중세시대의 서곡에 진입하였는데, 동로마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이탈리아의 지배세력인 동고트족이 정통 카톨릭이 아닌 아리우스파를 따르는 이단이라는 점과 야만인이라는 점을 들어 옛로마제국 영토수복을 목적으로 이단축출과 동포해방을 기치로 내걸어 이탈리아를 침공하게 된다.

이탈리아의 본토인들은 그들의 카톨릭파 신앙이 아리우스파인 동코트족이 그대로 존중해준 점에서 일상의 불편함이 없었고, 동고트족이 군사부문을 담당하면서 병역의 부담도 없었기에 실질적으로 평화를 누리고 있었으므로, 동로마제국이 내건 이단축출과 동포해방이라는 말이 그리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본토인들은 누가 이기든 체제의 변함은 없을 것으로 보고, 어중간한 중립을 취한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참화는 싸운 당사자인 동고트족 군대와 동로마 군대가 아닌 중립적인 이들 본토인 위주로 희생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로마, 나폴리, 밀라노 등지에서 빚어진 학살을 통하여 교전에서 숨진 병사의 수백 배에 달하는 민간인들이 학살과 기아에 의하여 사망했다고 한다.

만약 이들 본토인들이 동고트족을 택하든 동로마를 택하든 노선을 분명히 결정하여 전쟁을 빨리 끝냈다면 같은 승자 대우를 받든지, 만만치 않은 패자가 되어 그나마 희생이라도 줄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의 전쟁에 대한 애매한 중립적 태도는 결국 ‘승자의 밥’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굳이 이러한 예가 아니더라도 전쟁에서 발생한 희생자의 대부분은 교전과 관계없는 민간인들이 차지한다.

교전한 병사들보다 수십 배나 많은 희생자가 교전과정이 아닌 교전이후에 나온다는 것이다.

전쟁을 반대하였다고 승자측이 이를 이해해줄 것을 바란다고 그게 될 것 같은가.

대항하지 않았다고 용서해주는 관용을 베풀지, 도와주지 않았다고 처단하는 횡포를 부릴지 그것은 승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활현실에서 정치에 아무리 관심이 없다고 한들 선거결과에 따른 통치의 지배를 받게 된다.

국민의 몫은 선거뿐이며, 그 후 통치는 당선자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관심하다고 무책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싫다고 초월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거 때가 아니더라도 평소에 자신의 입장을 가져야 자신의 입장이 보호받는다는 것이다.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 좌파들의 수다를 전부 들어주는 신세가 되고, 이는 사회혼란의 잠재적 피해자 신세가 되는 반면, 대립적 입장을 취하면, 최소한 본인 앞에서 만이라도 좌파들이 자기네들의 요설선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립은 중립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운명수용자보다는 운명결정자 처지는 되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