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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네트워크 ‘정보인권과 한국의 정보화’ 토론회

“통신실명제는 표현의 자유침해”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정보인권과 한국의 정보화’란 주제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가단위교육행정서비스(NEIS),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불법통신 심의 등 정부의 정보화 정책이 정보 인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낳을 위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의 정책이나 업무에 대해 도통 마음에 안 들지만, 배운 사람들처럼 그럴싸하게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없는 상당한 시민들이 있다. 그럴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이들도 많다. 이런 시민들이 기대는 표현의 수단이 바로 ‘육두 문자’이다.”

정부가 개설한 인터넷 게시판에 반드시 실명으로 글을 올리게 하는 통신실명제 정책은 이런 시민들의 의사표현 기회를 배제하는 결과를 낳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익명성 공간 본질 저해할 가능성 높아"
"NEIS 교육관료들 폭력적 조처"비난도
"시만사회가 국가 맞설 제도 마련해야"

진보네트워크센터(대표 강내희 중앙대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영상미디어센터에서 ‘정보인권과 한국의 정보화’란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건국대 한상희 교수(법학)는 “헌법 제37조의 2항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는 ‘정치적 표현은 익명을 포함해 그 어떤 경우에도 보호돼야 한다’는 게 핵심”이라며 “정부의 실명제 정책은 이런 헌법의 취지를 무시하는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실명제 정책은 익명성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자유공간의 창출이라는 인터넷의 본질적인 특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우리 나라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실태를 보면, 주민등록제도와 주민등록번호와 실명을 제출하게 하는 아이에스피(ISP)업계의 관행이 결합해 거의 완벽한 형태의 통신실명제가 이미 실시되고 있다”며 “언제든지 법 집행기관의 수사의지만 있다면 실제인물을 추적할 가능성이 확보돼 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의 실명제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강행하고 있는 국가단위교육행정서비스(NEIS)는 ‘관료적 편의주의’를 넘어, 교육관료들의 권력의지를 드러내는 폭력적 조처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 시스템은 학교·교사·학생에 관한 거의 모든 개인정보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초대형 데이터베이스에 연동시켜 중앙집중 관리하는 것이다. 국가가 수집하는 개인정보에는, 교사의 재산이나 징계 등 기존의 종이문서에 보관하던 정보뿐 아니라, 정당·사회단체 가입, 결혼일자, 통근방법, 생활수준, 종교 등 개인의 양심과 신념, 생활방식까지 알 수 있는 개인정보도 포함된다.

전응휘 평화마을 피스넷 사무처장은 “어떤 경우에도 절대적 보호를 받아야 할 인권의 영역에 관한 개인정보를 국가가 수집한다는 것은 전체주의 체제가 아닌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를 그대로 강행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몰참여적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NEIS는 분명한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에관한법률’은 공공기관 간이나 데이터베이스 간의 자료 이동이나 결합데이터베이스 구축 등과 같은 경우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또한, 한상희 교수는 불법통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검열기관’이라고 지적했다. 정통부가 설립·운영에 관여하는 이 위원회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의무적 제출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않은 의사표현의 금지 △심사절차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강제수단 등 헌재가 정의한 ‘검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상지대 홍성태 교수(사회학)는 “정보인권의 측면에서 정통부가 주도하는 정부의 정보화 정책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정보인권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통부의 위상을 약화시키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통부는 자본에 시장을 창출해 주기 위해 정보경제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정보화 위험을 강조하면서, 정부 규제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에서 가족 보호를 이유로 가족 인권을 침해하는 ‘가부장제 국가’의 출현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보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민사회가 국가를 ‘대항감시’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방안으로는 △지방자치의 대폭 강화를 통한 정부 정책결정 및 집행단위 분산과 주민참여 확대 △사후 감시와 책임 추궁을 위한 정보처리과정의 공개 △국회 정보능력 향상 △독립적인 정보통신규제위원회를 설치해 정통부로부터 규제 기능 분리 등이 나왔다.

조준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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