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 CU(컨텐츠 업그레이드)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 달 28일자 조선일보를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심지어,
'조선일보도 마침내 이 남자 저 남자를 가리지 않고 오락가락하면서 추파를 던지는 탕녀 비슷한 신문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도 생겼습니다.
우리 나라 국민들이 새로운 장관이 누구인가, 물러난 장관이 누구인가에 대해 무관심해진 지는 꽤 오래 됩니다. 아마도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 이후에 그 정도가 심해진 것이 아닌가, 기억됩니다. 요즘은 장관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극히 적습니다.
따라서 28일자 신문의 1면 오른쪽 상단에 강동석(건설교통부장관)씨가 그만 둘 뜻을 밝혔다고, 지면을 아끼지 않고 크게 보도한 것은 소비자(독자)들의 수요(관심분야)를 제대로 파악한 편집이라고 보아 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실만 두고 "탕녀"라는 표현을 한 것은 아닙니다.
A10면에 보도된
[한쪽 발 없이 … 60km 걸어 … 52년만에 남으로/국군포로 양한섭씨 기막힌 인생]이란 기사와 비중을 저울질해 보니까, 아무래도 노무현(김정일) 정권의 눈치를 본 기사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탕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게 된 것입니다.
종이신문 조선일보를 최종 편집한 책임자는 달나라에서 온 사람일까요? 어찌 국가적 중대사에 대한 저울질을 그토록 할 줄 모르는 것일까요? 국군포로 양한섭씨의 기사는 마땅히 1면 톱기사 자리에 편집하고, 강동석씨 기사는 화투짝 만한 크기로 1면이 아닌 면에 싣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아야만 올바른 편집이 아닐까요?
이 나라에서 흔해 빠진 일 중의 하나인, 어떤 장관 한 사람의 신상변동이 뭐 그리 대단한 뉴스거리라고 1면의 두 번 째로 중요한 자리에 싣습니까?
52년이 아니라, 단 5년만에라도, 죽은 줄 알았던 자기 나라 군인이 살아서 돌아왔다면, 일본이나 미국 같이 제대로 된 인권 존중 국가에서는 매스컴 전체가 들썩거릴 일 아닐까요? 십중팔구 며칠 동안 크게 보도할 것입니다. 신문의 경우, 절대 다수 신문들이 1면 톱기사로 대서특필했을 터이고.
그런데,
서울에서 발행되는 10개 종합일간지 중에는 양한섭씨의 귀국 사실 보도를 전혀 하지 않은 신문도 있을 것이며, 보도했더라도 조선일보보다 지면 할애를 적게 한 신문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조선일보만 나무랄 수는 없군요.
결국 오늘의 한국 언론인들이 일제시대나 군부독재 시절보다 더 비겁하게 정치권력에 비굴하다는 사실만 나날이 확인하게 될 뿐이군요.
만일 대한민국이 김정일에 의하여 망하는 비극이 생길 경우, 언론인들은 김정일로부터 가장 먼저 훈장을 받는 집단이 되지 않을까, 이런 짐작도 하게 됩니다. 그거 치욕이 아닐까요?
제 생각이나 표현이 지나칩니까?
050329 불의 날
050330 물의 날 1950에 제목을 비롯하여, 일부 문구 수정함.
유장(酉章) 전태수(全泰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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